[여적] 교내 스마트폰 금지
네덜란드가 내년 1월부터 학교에서 휴대전화, 태블릿PC,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모바일기기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학교별 자율 시행이 미진할 경우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1위 브랜드였던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도 최근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 검토에 나섰다. 세계 최정상이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가 2006년 이후 줄곧 뒷걸음치자 나온 대책이다. 프랑스는 2018년, 중국은 2021년에 이미 교내 스마트폰을 퇴출했고 미국 학교도 77%가 사용을 규제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인터넷 중독과 사이버 폭력만큼이나 학습능력 저하 문제가 심각해서다. “학생들이 문자 보내고 동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제대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마이클 리치 하버드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말한다.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고 한다. 된다고 착각할 뿐이다. 집중을 한 번 빼앗기면 다시 돌아오는 데 23분이 걸리고, 멀티태스킹 때 지능지수(IQ)가 대마초를 피우며 쟀을 때보다 2배 정도 더 떨어진다고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도둑맞은 집중력>에 적었다. 스마트폰이 옆에만 있어도 뇌의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인지력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반면 런던정경대 연구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더니 성적이 뚜렷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자녀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건 그만큼 해악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릴 때 스마트폰에 과다노출되면 창의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기능이 떨어지고 충동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1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95.9%이다. 그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지난해 기준 40.1%에 달한다. 코로나19 기간에 더 심화됐다. 교실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놓고 교사와 학생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교육부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 국가인권위는 금지하면 인권침해라고 판단한다. 학생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방향과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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