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건드리는 극우…10대 소년 사망으로 드러난 佛 분열상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를 가로지르는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나엘(17) 군이 숨지고 나서 대도시 외곽 지역에서 일주일간 발생한 폭력적인 시위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좌우로 갈려 결이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좌파는 경찰의 과도한 법 집행 관행을 비판하며 제도 개편을 촉구했고, 우파는 나엘 군의 사망이 폭동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공권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 마뉘엘 봉파르 하원 의원은 4일(현지시간) 경찰 조직 내 구조적인 인종차별 관행의 존재를 부정하는 정부가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봉파르 의원은 프랑스앵포 방송과 인터뷰에서 2017년 경찰의 총기 사용 규정을 느슨하게 만든 법을 개정하고, 폭력적인 경찰 수사 관행을 없애는 등 심도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상원에서 공화당(LR)을 이끄는 브뤼노 르타이오 의원은 전날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와 면담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법과 질서의 회복"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르타이오 의원은 프랑스 곳곳을 불태운 폭도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소외된 사람들도 아니다"라며 "미래를 위해 피해자에 치우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극우 세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엘 군의 사망이 촉발한 폭력적인 시위의 원인을 프랑스의 관대한 이주 정책의 역사에서 찾으며 이주민 수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부터 꾸준히 정치적 입지를 넓혀온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대표 조르단 바르델라 의원은 "이민 정책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르델라 의원은 낭테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BFM 방송 등 취재진과 만나 "너무 많은 이민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교외에서 폭력으로 이어졌다"며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엘 군에게 총을 쐈던 경찰관의 가족을 후원하자는 모금이 피해자인 나엘 군의 어머니를 위한 후원금보다 4배 많은 것도 프랑스가 얼마나 갈라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극우 성향의 평론가 장 메시아가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가해 경찰관의 가족을 돕자며 시작한 후원은 이날 자정 10만명 이상이 참여해 160만유로(약 22억원) 이상을 모으고 마감했다.
메시아는 '플로리앙'이라고 알려진 경찰관이 "마녀사냥의 피해자"라며 "프랑스가 프랑스로 남을 수 있게 매일 고군분투하는 경찰을 지지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반면에 경찰의 손에 외아들을 잃은 나엘 군의 어머니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모금 사이트 '리치'에 개설된 후원에는 2만1천명이 참여해 42만유로(약 6억원)가량이 모였다.
나엘 군의 유족은 메시아가 경찰이 가해자라는 게 명백한데도 역으로 피해자를 범죄자처럼 묘사하며 사기를 쳤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등이 보도했다.
그간 경찰서, 시청, 학교 등 공공기관을 때려 부수고 길거리에서 자동차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로 인한 피해는 주로 흑인 또는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이 모여 사는 대도시 외곽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 일주일 사이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체포했는데,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지난달 29일에서 30일 사이에 체포된 이들의 평균 연령은 17세였다. 경찰 총에 숨진 나엘과 같은 나이다.
일간 르몽드는 "밤에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세력의 전형적인 프로필을 작성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아이들은 12∼13세도 있고, 30세 이상을 보기는 거의 어렵다"고 전했다.
낭테르 시청 관계자는 "이 아이들은 각계각층에서 왔다"며 "누군가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통합됐지만 차별을 겪었고, 또 누군가는 이미 몇차례 비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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