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했던 사자 '바람이' 새 보금자리 안착…"이름대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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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은 편안했으면 좋겠네요."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져 '갈비 사자'로 불리던 숫 사자 '바람이'가 충북 청주동물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많은 이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청주동물원에 도착한 바람은 이동식 우리에서 청주동물원의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바람이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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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흡사한 대규모 시설서 생활…합사 도전도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여생은 편안했으면 좋겠네요."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해져 '갈비 사자'로 불리던 숫 사자 '바람이'가 충북 청주동물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출발한 지 5시간여만이다.
5일 오후 6시10분쯤 사자가 탄 화물차가 청주동물원에 도착했다. 종일 분주히 움직이던 청주동물원 수의사 등 관계자들은 마침내 도착한 이동식 우리를 조심스럽게 땅으로 옮겼다.
사람 나이로 100살에 가까운 20살 고령의 사자가 이날 이동한 거리만 무려 270여㎞.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담아 '바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자의 이동은 마치 군사작전 같았다.
바람이를 구출하기로 한 청주동물원은 전날 미리 부경동물원 측에 가로 3m, 세로 1.5m, 높이 2m의 이동식 우리를 보냈다. 화물칸 냉난방 조절이 가능한 무진동 화물차도 준비했다.
고령의 바람이가 좁은 차 안에서 장시간 이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실시간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CCTV까지 설치했다. 행여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속 90㎞ 이상 운행하지 않고, 이동 중간 휴게소에 들러 상태를 확인했다.
많은 이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청주동물원에 도착한 바람은 이동식 우리에서 청주동물원의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마치 본인의 남은 '사생(獅生)'을 보낼 곳인 것을 직감한 모습이었다.
수의사들은 바람이가 자신의 발로 이동식 우리에서 나올 수 있도록 야생동물보호시설 앞에 이동식 우리를 옮겼다. 장소가 낯설었던 바람이는 수십분간 이동식 우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부경동물원에서 출발할 당시 2시간가량 이동식 우리에 들어가지 않았던 모습과 유사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바람이를 재촉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이동식 우리에서 나온 바람이는 차가운 시멘트가 아닌 따뜻한 흙에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학대로 물들었던 숫 사자가 처음으로 청주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청주동물원은 바람이가 기력을 찾는 대로 CT, 초음파, 혈액검사 등 건강검진을 진행해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바람이가 앞으로 살게 될 공간은 1652㎡(500여평)에 달하는 야생동물보호시설이다.
동물 친화 동물원을 지향하는 청주동물원이 실제 사자가 서식하는 자연환경과 유사하게 조성한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다. 큰 나무가 많고, 흙으로 된 바닥이어서 바람이가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청주동물원은 기대하고 있다.
이곳에는 바람이의 친구도 있다. 이미 19살 '먹보(수컷)'와 12살 '도도(암컷)'가 청주동물원을 대표하는 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청주동물원은 바람이가 외롭지 않도록 수일에 걸쳐 마주보기 훈련을 진행한 뒤 합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바람이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는 "(부경)동물원 동물들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에는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른 수컷 사자(현 바람이)의 사진 등이 첨부됐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2004년 태어난 사자는 2016년부터 부경동물원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청주동물원은 부경동물원 측에 입양 의사를 전했고, 부경동물원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낙동유역환경청으로부터 이동 승인을 받게 되면서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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