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풀어 은행권 과점 완화 …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예고

이도형 2023. 7. 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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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 제도 개선안 발표
“여건 갖추면 적극 인가” 경쟁 촉진
지방·인터넷은행 확대도 계획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
DGB “연내 진행… 본점은 대구”
온라인 대환대출, 주담대 확대
성과급 잔치 비판 보수체계 손질
특화 전문은행 도입은 미뤄져

금융당국이 신규 시중은행 인가 적극 허용, 지방·인터넷전문은행 확대 추진 등을 통해 현재의 은행권 과점체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올해 안에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이 논의 초반 도입을 검토했던 특화전문은행(챌린지뱅크)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 등은 추진 동력 약화로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왔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개선안의 핵심은 현재 KB·하나·신한·우리·NH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업계에 새로운 사업자, 즉 ‘메기’를 풀고자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금융당국과 은행지주회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DGB대구은행은 올해 내에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며 “(시중은행) 인가를 받더라도 본점은 여전히 대구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한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도 당국 우선에서 ‘시장 우선’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올해 안에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시장금리의 급격한 변동 시 차주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성과급 잔치 비판을 받아 온 보수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은행 임원의 성과보수 이연 기간을 최소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성과보수를 삭감하거나 유보할 명확한 세부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TF 논의 초반 핵심 논의 사항이었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 도입은 미뤄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전브리핑에서 “SVB 사태 같은 것이 벌어지면서 건전성이나 유동성에 대해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 및 지급결제 부분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초반에 논의됐지만 추가 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금융당국이 TF 출범 당시에는 은행 경쟁체제 도입을 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점해소 차원에서 플레이어를 늘리는 방안은 적절해 보이긴 하는데 기존 금융사의 은행전환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라 시중은행 과점체제 해소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대거 유입됐으면 기존 은행들이 긴장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시중은행이 늘어날 경우 경쟁 강화로 이어져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수 있다는 관측과 동시에 실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늘린다는 것은 고객 편의나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는 선택지를 넓히는 것인 만큼, 소비자 권익 향상 측면에서 좋을 수 있다”며 “시중 은행들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기존 몫을 나누는 것이니까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독과점을 해소한다면서 결국은 비슷한 시중은행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라서 실제 서비스 차별화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도형·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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