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日보고서 곳곳에 구멍…가장 큰 구멍은?[정다운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권민철 기자
[앵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어제 공개했죠. 그러나 보고서가 곳곳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권민철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제 보고서 공개 하자마자 내용을 짚느라 깊이 있게 보질 못했는데, 보고서를 하루사이 찬찬히 더 분석해 봤다고요?
[기자]
과학자들이 쓴 보고서라고 순결하거나 무결할 순 없겠죠. IAEA의 중립성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요. 그래서 보고서를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보고서 서문입니다. 서문 마지막 문장 이렇게 돼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처리수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며, 이 보고서는 그 정책을 권고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
근데 어제 이 시간에 그로시 총장이 2년전에 자신의 음성으로 한 말을 함께 들었잖아요?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었는데, 자기부정 아닌가요?
[기자]
어떻게 말을 바꿨는지, 거짓말인지 아닌지, 다시한번 판단해보셨으면 하는데요. 2년전 그로시 IAEA사무총장의 말, 다시 한번 들려드립니다.
"저는 이 중요한 발표를 환영합니다. 일본의 요청에 따라 IAEA는 원전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검토하는데 기술적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2분 40초짜리 영상도 있는데, 그 녹취록 전문은 노컷뉴스에 올려놓겠습니다.
▶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2021년 4월 13일 발언 |
일본은 2011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저장된 처리수를 어떻게 없앨지를 막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 중요한 발표를 환영합니다. 이것은 후쿠시마 원전 해체(decommission)라는, 더 나은 진전을 위한 도로를 포장하는데 도움이 될 이정표입니다. 일본의 요청에 따라 IAEA는 원전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검토하는데 기술적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방류 전, 방류 중, 그리고 방류 후 일본과 긴밀히 협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에 안전 검토단을 파견하고, 일본의 환경 감시 활동을 지원하고 현장에 임할 것입니다. 우리의 협력과 참여는 처리수 방류가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행되는 것에 대한 일본 안팎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이 선택한 방법은 많은 양의 물이 전례 없고 복잡한 경우를 만들지만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국제 관행에도 부합합니다. 통제된 해양 방류는 세계와 이 지역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엄격한 안전 및 환경 기준에 기초한 확고한 규제 하에 수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이 그 결정을 이행하는데 모든 당사자들과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계속 교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IAEA는 기술적 목적과 공정한 임무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Japan has just announced how it will dispose of the treated water stored at the Fukushima Nuclear Power Plant following the 2011 accident. I welcome this important announcement. It is a milestone that will help pave the way for further progress in the decommission of the Fukushima plant. At Japan's request, the IAEA stands ready to provide technical support in reviewing the plant's safe and transparent implementation. We will work closely with Japan before, during and after the discharge of the water. We will dispatch safety review missions to Japan and also support and be present at the environmental monitoring operations there. Our cooperation and our present will help build confidence in Japan and beyond that the water disposal is carried out without an adverse impact on human health and the environment. The method Japan has chosen is both technically feasible and in line with international practise, even though the large amount of water makes it a unique and complex case. Controlled water discharges into the sea are routinely used by operational nuclear power plants in the world and in the region, and they are done under firm regulatory control based on strict safety and environmental standards. I am confident that Japan will continue to interact with all parties in a transparent and open way as it works to implement its decision. The IAEA will do everything it can to help in line with its technical objective and impartial mandate. 출처 : https://www.iaea.org/newscenter/pressreleases/iaea-ready-to-support-japan-on-fukushima-water-disposal-director-general-grossi-says |
오늘 우리 정부 관련 브리핑 때도 이 문제가 지적이 됐다면서요?
[기자]
사실 그로시 총장의 언급이라 우리 정부가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도 우리정부는 '지지'의 취지가 아니라고 굳이 '방어'를 하더군요. 국무조정실 박구연 차장의 말도 들어보시죠.
"일련의 논의과정에서 일본 측의 계획이나 하는 방식이 문제가 없다. 이런 정도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속 이야기가 됐던 것이고요."
[앵커]
일본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으로 받아들여달라는 거군요. 우리정부가 이제 IAEA의 변호인을 자처한 것 같아요. 이제 보고서 내용으로 들어가 볼까요?
[기자]
보고서의 제목부터 볼까요? 제목은 '후쿠시마 제1원전 ALPS 처리수 안전검토에 관한 IAEA 종합보고서' (IAEA COMPREHENSIVE REPORT ON THE SAFTY REVIEW OF THE ALPS[앵커]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로 돼 있습니다. 제목처럼 '알프스(핵종처리시설, 필터) 처리수' 안전검토라면, 알프스라는 설비가 문제없는지, 오작동률은 얼마나 되는지, 이런 걸 검증해야되겠죠. 그러나 보고서엔 이 핵심이랄 수 있는 알프스에 대한 검증 부분은 빠져 있습니다.
[앵커]
알프스를 빼고 검토했다면, 알프스를 통과한 처리수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됐을지 의문인데요?
[기자]
IAEA의 검토 대상중 하나는 '처리수 배출 시스템이 안전요구 사항을 충족했는지' 여부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처리수에서는 대다수 핵종 미검출됐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론은 알프스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를 가정할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IAEA는 알프스에 대한 기술 검증은 하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놓고 처리수에 핵종이 미검출됐다고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고서는 처리수가 국경 너머로 영향을 미치는 방사능 농도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IAEA가 직접 시뮬레이션 한 것이 아니고 '도쿄전력이 사용하는 해양모델'을 인용해서 그렇게 결론을 낸 것입니다.
[앵커]
일본의 자료에만 의지해서 내린 결론이라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의 또 다른 검토 대상은 '개인에 대한 위험을 얼마나 제한했냐'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된 결론으로 오염수 방류로 인한 인체 내부 피폭 정도는 1밀리 시버트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피폭선량 추정치도 도쿄전력의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에 의존해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추정치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알프스라는 시설이 정상 작동됐을 때를 가정한 것입니다.
[앵커]
일본에 유리한 보고서를 쓴 거 아닌가 자꾸만 의문을 가지게 하는데… 오염수 방류 계획 자체의 정당성도 보고서의 검토 대상이었던 거죠?
[기자]
보고서 23페이지에 수록돼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폐기물을 사후 만들어내는 산업입니다. 공공재인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런 사후 폐기물을 어떻게 정당하게 처리하느냐는 이 '정당화'의 문제는 늘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집니다. 정당화의 전제는 해당 결정의 이익이 그로 인하 피해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오염수 방류라는 결정의 이익과 피해를 객관적으로 따져야합니다. 그러나 IAEA는 이 "정당화의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일본 정부가 처리수의 처리 방법과 그 결정의 정당성을 결정할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오염수 해양방류가 일본에는 어떤 이익을 주고, 이웃국가들에는 어떤 피해를 주는지를 IAEA가 따지지 않고, 일본 정부가 결정토록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앵커]
만약 IAEA가 객관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판단하려 했다면 오염수 방류 방식 이외의 대안도 함께 검토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잘 알려져있다시피 일본은 오염수 처리 방식 5가지를 검토했었습니다. 그러다 IAEA는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증기방출, 해양 방출이 '기술적으로 실현가능하다'고 제안했었습니다. 그 두가지 방식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 방식을 최종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IAEA는 적어도 마지막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주변국가들에 피해를 덜 주는지 등을 검토했어야했지만, 그러질 않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그로시 총장의 해양방류 방식 환영 반응도 바로 그 때(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방식을 최종 결정할 때) 나왔습니다. 당연히 이번 보고서에는 해양 방류 방식 이외의 다른 오염수 처리 방법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IAEA 보고서에 쓰여진 면책조항을 놓고도 말들이 많던데요?
[기자]
보고서 첫 페이지에 쓰여진 주의 문구입니다.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IAEA는 과거 보고서들에도 이 문구를 새겨놓았습니다. 보고서는 삼중수소 이외의 핵종은 알프스가 걸러낸다고 했는데, 나중에 다른 핵종이 바다에서 발견되거나, 바다의 방사능 농도도 높게 측정되더라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일종의 면책조항을 새겨 넣은 것입니다. 그래놓고도 보고서 곳곳에는 '문제가 없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넣은 것입니다.
[앵커]
일본은 IAEA가 보증했으니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할게 뻔한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IAEA는 '우리 책임은 아니다'는 면책조항을 넣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네요. 여기까지 정리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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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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