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갈비뼈 사자’, 청주동물원 도착... “여생 행복하길”

신정훈 기자 2023. 7.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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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라 이른바 ‘갈비 사자’로 불리던 김해 부경동물원의 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이사했다.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은 5일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옮겨온 사자를 안전하게 옮겼다고 5일 밝혔다. 사자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날 청주동물원으로 이사한 사자는 나이는 20살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는다.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부경동물원은 2013년 문을 연 민간 동물원이다. 이곳에 머물던 사자는 비좁은 우리에서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날 만큼 비쩍 말라 있었다. 이를 본 관람객들은 김해시청에 “사자를 구해달라”는 민원을 잇달아 게재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부경동물원이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시청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온 김해 한 동물원 관련 민원글에 비쩍 마른 사자와 털이 덥수룩한 양의 사진이 함께 올라와있다. /김해시청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

이런 소식을 들은 청주동물원은 부경동물원에 입양을 제안했고, 부경동물원과 협의해 사자를 인계받기로 했다. 비좁은 우리에서 벗어나 자연과 비슷한 환경인 야외 방사장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의 관리대상인 사자를 인계하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이동 승인까지 받았다.

청주동물원은 이 사자를 이송하기 위해 수주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했다. 사자가 마취 없이 케이지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 지난달 22일 부경동물원으로 케이지(가로 3m, 세로 1.5m, 높이 2m)를 가져가 적응기간을 거쳤다. 나이가 많은 사자가 마취약을 사용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송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무더위에 2시간 거리를 사자가 이동할 경우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영상 25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에어컨이 달린 차량에 사자를 태웠다. 멀미할 것을 대비해 무진동 차량도 선택했다. 차량 운행도 사자가 멀미를 하지 않도록 시속 80∼90㎞의 속도로 운행했다고 청주동물원 측은 전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 사육팀장은 “오전 11시부터 이송준비를 시작했는데 사자가 2시간 정도 사육사들과 대치했다”며 “그래도 다행히도 마취 없이 케이지로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5일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이송된 이른바 '갈비사자'가 이날 오후 충북 청주동물원에 도착했다./신정훈 기자

사자는 이날 오후 6시쯤 청주동물원에 도착했다. 청주동물원은 당분간 사자를 야생동물보호시설로 옮겨 휴식을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지어진 야생동물보호시설은 1652.89㎡ 규모로 실내동물원이나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다. 흙을 밟을 수 있고, 나무 구조물에 올라 간단한 놀이도 가능하다.

그동안 사자가 머물던 환경은 유리벽으로 된 비좁은 실내 전시장에서 바닥도 콘크리트였다. 그에 비하면 호텔급 수준이다.

임상병리, 영상진단, 야생동물의학을 전공한 석·박사급 수의사들도 있다. 청주동물원은 고령의 사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혈액·초음파 검사 등 건강검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자의 특성을 고려해 청주 동물원에 있는 기존 사자 2마리와 합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청주동물원에는 19살 수사자 ‘먹보’와 12살 암사자 ‘도도’ 가 지내고 있다.

김 팀장은 “사자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소고기와 닭고기 등 영양가 높은 먹이를 주고, 영양제도 놔줄 것’이라며 “이후 기존의 사자들과 경계심을 허무는 과정을 거쳐 합사를 통해 무리를 이뤄 여생을 지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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