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사자', 시멘트 우리 벗어나 흙 밟는다…에어컨 쐬며 청주로 이사

/사진=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모습이 포착돼 학대 논란이 일었던 사자가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이송됐다.

청주동물원은 5일 오전 11시쯤 부경동물원에 있던 사자를 이동식 우리(가로 3m, 세로 1.5m, 높이 2m)를 이용해 청주동물원으로 옮겼다. 사자가 폭염 때문에 건강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에어컨이 달린 무진동 냉장차를 사용했다.

사자는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부경동물원으로 이관됐다. 사람으로 치면 100세에 가까운 나이다.

부경동물원에 따르면 이 수사자는 암사자와 함께 지내다가 암사자가 숨진 이후 홀로 지내왔다.

사자는 부경동물원 건물 안에 있는 좁은 우리(가로 14m, 세로 6m)에서 7년간 살았다. 방문객이 구경하도록 투명한 창문을 설치한 쪽을 제외한 3면과 천장은 막혀 있었고, 바닥도 흙이 아닌 딱딱한 시멘트였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시속 60~80km 속도를 내며 달리는 사자에게는 비좁고 열악한 공간이었다.

5일 충북 청주동물원 측이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 숫사자를 이동식 우리로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청주동물원 제공)

그러다 지난달 뼈만 앙상하게 남은 사자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학대 논란과 함께 동물원을 폐쇄하라는 지적이 나왔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청주동물원은 해당 사자를 데려와 좋은 환경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해주기로 결정했다.

청주시가 운영하는 시립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은 동물을 가둬 구경시키는 것이 아닌 야생에서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훈련을 거쳐 자연에 방사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을 동원한 공연도 하지 않는다.

부경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까지 거리는 약 270km다.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이동 속도를 고려하면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청주동물원 측은 사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건강검진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기존에 있던 사자들을 마주 볼 수 있는 곳에서 지내게 한 뒤 서로 익숙해지면 합사시킬 예정이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