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애니콜 화형식? GS건설, 브랜드 이미지 지키려 4000억원 날렸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이 단지 전체(1666세대)를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최소 4000억원 추가 비용이 예상되지만, 그보다 추가적인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막고 조직에 경종을 울려야한다는 경영진 판단이 앞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부에선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에 빗대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사고는 지난 4월 29일 밤 11시 25분에 발생했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AA13-2블록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진 것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 2개층 지붕 구조물 총 970㎡가 파손됐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철근이 누락되고 시공 과정에선 철근이 추가로 빠지는 등 총체적 부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GS건설은 국토부 발표 직후 사과문을 내고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전용 74~84㎡ 지하2층~지상 25층 17개동 1660여가구 규모로,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상태였다. 공정률은 67%였다. 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전면 재시공을 하면 막대한 손실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GS건설의 이번 결정은 초강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추가 투입비용이 4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사의 전체 도급금액 2500억 가운데 이미 투입된 1700억원 가량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다시 2500억원짜리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주지연에 대한 지체보상금, 지연에 따른 대출 이자 등이 따른다. 철거와 재시공에만 3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철거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홍건호 교수는 조선닷컴에 “철거 비용도 범위와 어떤 공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첨단 철거 공법의 경우 공사비보다 더 들 수 있다”고 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광주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있다. 마찬가지로 현대산업개발은철거후 전면 재시공을 진행 중이지만, 이 사고 당시엔 사망자 6명이 발생했고, 규모도 800여 세대로 이번의 절반 수준이다.
GS건설 내부에선 1990년대 초반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애니콜의 불량률이 11.8%에 달하는 등 글로벌 선두업체인 모토로라나 노키아 제품과 비교해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자, 제품 500억원어치를 폐기했다.
삼성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을 비롯한 전화기, 팩시밀리 등 무선전화 불량제품 15만대를 차곡차곡 쌓은 후 임직원 2000여명이 보는 앞에서 해머와 불도저로 산산조각 냈고, 이어 부서진 무선전화기를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무선부문 이사였던 이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혼이 깃든 제품이 불구덩이 속에서 타들어가는 걸 현장에서 지켜보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화형식 직후 그해 삼성전자 애니콜은 국내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 휴대폰의 불량률은 2%대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선 국토교통부의 처분에 앞서 GS건설이 한단계 높은 선제 대응을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주차장 부분이 무너진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조사를 해주셨으니, 납득이라기보다 이해에는 도움이 된 것 같은데 다른 사업장은 어떠냐는 부분에 입주민들이나 국민들의 걱정과 의문이 있는 상태”라며 “최종적 판단은 8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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