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李대통령 낚시 즐기던 곳… 건국아버지 기념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

박한나 2023. 7.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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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치대 나와 배우·국회의원 역임… 황해도 평산 고향도 같아
양아들 이인수 박사 소장한 모든 유품·업적들 잘 전시되길 바라
"남은 재산 베풀고 사회환원할 것… 내 관에 성경책 하나면 족해"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제공.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제공.

'이승만 기념관' 땅 4000평 기부…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자 6·25 전쟁때 적화통일을 막은 분인데 기념관 하나가 아직도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죠."

신영균(95·사진)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강동구 사유지 4000평을 기부키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달 28일 발족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의 자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건국의 아버지'를 기리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번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향이다. 그는 "제 고향이 이승만 대통령과 같은 황해도 평산"이라며 "황해도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서울로 왔는데 어렸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듣고 자랐다"고 전했다.

신 명예회장은 1928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 6·25 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은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신 명예회장은 "고향도 고향이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후 폐허에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다"며 "그럼에도 여러 가지 여건으로 아직도 기념관 설립이 이뤄지지 않아 정말 안타까웠는데, 소중한 땅이지만 위원회가 기념관으로 사용한다면 명의 이전 절차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은 서울에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부지로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인근(서울 중구), 이승만 연구원(서울 종로구), 낙산근린공원(서울 종로구)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가 이번에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기부한 땅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사유지 약 2만4000평 가운데 일부다. 감정평가, 주변 용도, 개발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서울 시내에 있는 만큼 이 땅의 가치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 회장은 이 땅에 대해 "현재 그린벨트에 묶인 땅으로,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지는 않다"며 "정부가 결정한다면 기념관을 지을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 명예회장은 "그 땅을 처음 볼 때 낚시를 좋아한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에서 낚시를 즐겨 하던 곳이라고 해서 사기도 했다"며 "헌법을 만든 의회를 열고 건국 대통령으로 뽑히기까지 그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 늘 존경하던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은 '기념관이 모습이 어떠길 바라냐'는 질문에 "이인수 박사가 아들인 만큼 이승만 대통령의 모든 유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유품이나 업적,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생각들이 잘 전시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신 명예회장은 서울대 치의학과를 나와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1960년 조긍하 감독의 영화 '과부'로 데뷔해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60∼1970년대 한국영화 스타로, '연산군'(1961), '열녀문'(1962), '빨간 마후라'(1964), '미워도 다시 한번' 시리즈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제15·16대 국회의원도 지낸 신 명예회장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 명예회장은 2010년 자신이 소유 중이던 충무로 명보극장(현 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사재 500억원을 문화예술계에 기증해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2016년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10억원, 지난해엔 모교인 서울대 치대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신 명예회장은 기부에 대한 철학을 묻는 질문에 "결혼 50주년 때를 계기로 기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며 "그때 호텔에서 거창하게 하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당시 가족들이 '호텔에서 할 돈으로 기부해 이웃을 돕자'고 했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부를 너무 많이 하면 자식들이 말리지 않냐'고 묻자 그는 "아들과 딸이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 준다"며 "신영균문화재단을 설립할 때도 아들이 먼저 이야기를 해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기부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고, 자녀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단란하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기부로 설립된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은 영화인 자녀 장학금, 단편영화제 지원,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 등을 통해 문화예술인 발굴과 양성 사업을 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기부의 즐거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마음을 즐겁고 편하게 하고, 하루에 2시간 이상 헬스를 하며 운동을 하니까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신 명예회장은 "예전에도 말했지만, 제가 모태신앙인데 나중에 내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 주면 된다"며 "남은 거 다 베풀고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앞으로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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