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금 안가면 언제 가?”…8년만의 슈퍼엔저, 여행객 홀렸다
한일 수출경합도 주요국 1위
엔화값 하락에 하반기 제조업 비상
日찾는 관광객에 23년째 만성 여행적자
소비재시장은 일본제품 범람
직접 일본 찾아 주류 구매하는 ‘직구족’도
“식당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본 나고야에서 식기 60만원 어치를 사왔어요. 엔저라 가격 부담이 적은데 일본에는 한국에서 찾기 힘든 제품이 많거든요.”(창업 준비생 이모씨)
계속되는 엔저 현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재 시장에서도 일본 제품 점유율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키워 엔저 장기화에 대비하는 체계적인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경합하는 라이벌이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산업연구원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한일간 수출 경합도를 분석한 결과 69.2로 조사됐다. 미국(67.9), 독일(61.5), 중국(59.1)을 제치고 주요국 가운데 경합도가 가장 높았다. 수출 경합도는 제조업 수출 비중 등을 바탕으로 비교 대상국간 산업 구조를 비교한 지표로 두 나라의 수출 구조가 유사할수록 100에 가까운 값을 갖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전반적으로 일본과 경합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엔저에 대해 한국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긴 어렵기 때문에 수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정책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엔저가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고부가가치와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광 역시 대표적인 취약 지점이다. 코로나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을 찾아온 해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750만명에 달했던 관광객은 이듬해 252만명, 2021년 97만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320만명이 한국을 찾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1750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한국 관광객은 655만명으로 방한 관광객 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5월 방한 관광객은 347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같은 기간(2019년 1~5월)의 49.8%에 그쳤다.
올해 1~4월 여행수지는 37억달러 적자로 2000년 이후 23년째 만성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심해진 경상수지 적자(-54억달러)를 여행수지가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여행적자 중심에는 한국인 최다 방문국인 일본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對)일본 여행적자는 평균 13억달러에 달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상품 경쟁력이 전제돼야 하는 상품수지는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지만 여행수지는 정부 정책에 따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 수익능력을 높이고 경상수지가 흑자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행수지는 경상수지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매일경제와 한경연이 최근 20년간 국제수지 데이터를 추출해 개별수지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여행수지가 1억달러 증가할 때 경상수지는 1억8800만달러 불어나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수요가 급증하는 등 소비재 시장에서도 일본 제품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2019년 불었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일본 직구를 통한 스포츠 의류, 운동화 판매량은 1년 새 117% 뛰었다. 디지털·가전(100%), 명품(75%), 주얼리·시계(35%), 건강식품(19%)도 급증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 일본을 직접 찾아 주류를 사오는 직구족도 많아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 한국 시장은 일본 상품에 무방비 상태로 공략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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