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정원 경쟁? 우리는 이미 정원도시에 살고 있다

한겨레 2023. 7. 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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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가 정원도시나 정원박람회, 국가정원 등을 지향하며 크든 작든 새로운 정원 만들기에 경쟁하듯 몰두하고 있다.

생명의 공간, 정원은 도시의 대표적인 인위적 자연환경이다.

그러나 지자체 모두가 정원도시나 국가정원을 목표로 정원을 만들 필요는 없다.

지나다니는 누구나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동네 꽃밭들은 이미 훌륭한 정원도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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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김인수 |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대표

전국 지자체가 정원도시나 정원박람회, 국가정원 등을 지향하며 크든 작든 새로운 정원 만들기에 경쟁하듯 몰두하고 있다. 생명의 공간, 정원은 도시의 대표적인 인위적 자연환경이다. 기능과 경관으로는 물론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조건 없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도시의 녹색공간이다.

그러나 지자체 모두가 정원도시나 국가정원을 목표로 정원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정원은 녹색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정원은 조성하는 방법도 생태적이어야 한다. 정원을 새롭게 조성한다면서 파헤치고 부숴버려 이미 터 잡은 다른 생명이 없어지거나 더 많은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또 하나의 녹색 토목공사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 곁에는 작고 소박하지만 잘 만들고 정성스럽게 가꾸는 꽃밭이 이미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다. 늘 다니던 길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동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보고자 하는 눈길과 즐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발견하는 골목길, 지붕 위, 옥상, 자투리땅이나 마당 한구석에 만들어진 꽃밭이 바로 우리의 전통적이고 생태적인 생활밀착형 정원이다. 작은 생명들이 자기만의 독특함을 뽐내는 동네 꽃밭은 매일 들여다보며 애쓰고 가꾸는 마을 동산바치들이 만드는 진짜 살아있는 정원이다. 도시 여기저기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지친 마음까지 회복시켜주고 있다. 세월의 흐름과 유행에 따라 모양새나 꽃의 종류는 변했지만 오랜 시간 한결같이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며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지나다니는 누구나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동네 꽃밭들은 이미 훌륭한 정원도시를 만들고 있다. 동네 꽃밭을 체계적으로 활용한다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경쟁력 있고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 정원박람회를 만들 수 있다. 꽃구경과 함께 사람 구경까지 해야 하는 대규모 전시형 정원도 정원문화의 확산을 위해 때론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가지고 언제나 내 주변에서 즐기는 휴식의 정원이 우리에게는 더 소중하다.

도시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싶으면 그들이 깃들 나무를 심으면 되고, 벌이나 나비가 날아들게 하려면 꽃을 심으면 된다. 정원이라고 꼭 거창하거나 세련되고 화려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 작은 꽃밭, 화분 하나, 꽃 한 송이라도 즐기면서 가꾸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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