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만성 불치병 환자가 의료계에 주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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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불치병 환자가 10년 동안 투병을 하면서 겪은 현대의학의 맹점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20대 초반부터 정체불명의 병에 시달렸다.
하지만 환자 수가 5000만 명을 헤아리는 이 병에 대해 현대 의학은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저자는 자가면역 질환자들이 병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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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오로크 지음/진영인 옮김/부키 펴냄
한 불치병 환자가 10년 동안 투병을 하면서 겪은 현대의학의 맹점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20대 초반부터 정체불명의 병에 시달렸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처방과 어떤 약을 먹어도 병은 낫지 않았다. 검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도리어 환자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 미스터리의 답을 찾아 나섰다. 면역계의 활동과 의학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온갖 치유법, 때로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도 시도하고, 의료계 전문가들과 동료 환자들을 만났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파고들수록 이것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현대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거의 모든 질병을 몰아낼 기세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검사를 해도 진단이 나오지 않거나, 원인이나 치료법을 몰라 오래도록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끊이질 않는다. 저자가 겪은 자가면역은 미국에서 암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환자 수가 5000만 명을 헤아리는 이 병에 대해 현대 의학은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의사들은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급성질환은 잘 고쳐도, 시름시름 환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만성질환에는 속수무책이다.
저자는 자가면역 질환자들이 병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질병을 병원체와 개인의 면역계, 환경 간 복합적인 관계로 바라보는 최근 의학계의 관점에 따르자면, 자가면역은 현대사회의 화학물질과 바이러스, 트라우마, 오염이 축적된 먹이사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병은 개인의 실패만으로 돌리기보다 사회 구조적 실패에서 원인을 찾아 함께 해결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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