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자폐증 아티스트들의 놀라운 변신

2023. 7.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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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본의 화장품 대기업인 시세이도 본사(도쿄 미나토구) 입구에 가면 이색적인 그림이 보인다. 폭 약 11m, 높이 약 6m의 거대한 크기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끈다. 생생한 색채, 박력 있는 선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뷰티 이노베이션을 통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라는 시세이도의 기업 사명, 수많은 직원들이 보내온 문장들이 깨알같이 적혀있는 형태의 특별한 작품이다.

사실 이 그림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고바야시 사토루 씨가 시세이도의 크리에이티브 담당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비전, 사명과 연관된 직원들의 레터 등을 모아 여기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작품이다. 본사 입구에 걸어 놓음으로써 직원들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이 작품을 대담한 아이디어, 섬세한 손, 같은 움직임을 수없이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독특한 사람' 자폐증 아티스트에게 콘텐츠 제작을 의뢰해 특별한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자 하는 회사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일본 동북부에 위치한 이와테현 모리오카시에 지난 2022년 10월 문을 연 마자리움 호텔에 가면 총 34개의 방 중 8개는 커튼, 쿠션, 의자 및 벽 패널을 포함해 최대 6개의 비품이 예술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방 이름도 '야에가시 미치요' 같이 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이름으로 명명돼 있다. 이 작품들 역시 자폐증 환자들이 만들었다.

일상적으로 호텔에서 사용하는 비품 등에서 생생한 색상과 복잡하고 다양한 무늬 등을 통해 고품격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이 고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작품이 채택되면 미술 데이터 사용에 대한 로열티로 예술가에게 1박당 500엔(약 4500원)이 반환된다.

위에 언급한 두 개의 사례는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예술적 재능과 놀라운 독창성을 작품으로 승화해 기업들과 연관시키는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하는 '헤랄보니'라는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 회사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이 있는 쌍둥이 형제 마츠다 타카야, 후미토에 의해 지난 2018년 설립됐다. 각각 사장과 부사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공정하게 만든다는 게 경영철학이다. 이를 기반으로 독립 작가 및 약 30개의 복지시설과 계약을 맺고 150명 이상의 지적 장애 아티스트가 만든 약 2000점의 작품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덕분에 고객사들 요구에 적합한 작품들을 신속하게 제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비용을 회사와 작가가 나눈다. 예를 들어 의류 회사가 아티스트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셔츠를 만드는 경우, 사용료로 받는 소매가의 8% 중 5%는 회사가 갖고 3%는 아티스트에게 지급한다. 기업의 상설전시의 경우에는 이용료의 3%를, 원본 사진 판매의 경우 방식에 따라 판매액의 3~4%를 작가에게 각각 돌려준다. 일부 작가는 연간 수백만엔을 벌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해 세금까지 신고하기도 한다.

마츠다 타카야 사장은 "글로벌 IP(지적 재산권) 사업을 기반으로 이 계획을 세웠다"면서 "향후 수익률을 변경할 수 있지만 일반 아티스트의 수익률보다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이 만든 디자인을 활용해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기업은 있지만 라이센싱 사업에서 고객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자랑한다.

이 회사의 매출은 해마다 2~4배 증가하며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 매년 약 100개의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기획 단계부터 이벤트와 콘텐츠를 수반하는 기업 프로젝트를 늘려 단가를 2.4배 인상했다. 2027년도에는 30억엔(약 2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장애인들을 단순한 동정과 지원대상이 아닌 고유한 인적 자원의 개체로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비장애인과의 균형을 맞추어 소득과 지위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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