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녀 “父 동상보다 주민 위령비 제막식이 먼저죠” [뉴스 투데이]
6·25 숨은 영웅 ‘지게부대’와
주민 희생 기려 자비로 세워
‘4.2m’ 백 장군 동상도 우뚝
성금·보훈부 예산 5억 들여
박민식 “친일기록 삭제 검토”
“아버지의 동상 제막에 앞서 다부동전투에서 희생된 주민을 위로하고 감사 마음을 전하기 위해 주민 위령비 제막식을 먼저 여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6·25전쟁의 숨은 영웅 ‘지게부대’
6·25전쟁 당시 유엔군은 전투 병력을 절감하고 군수품을 전장에 신속히 보급하기 위해 민간인으로 이뤄진 한국노무단을 만들었다. 산지가 많은 한반도 지형 특성상 군수물자를 제때 지원하는 것이 난제였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단으로 구성한 일명 ‘지게부대’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지게부대는 탄약과 연료, 식량 등 40㎏에 이르는 보급품을 지게에 지고 고지에 올랐다. 철모는커녕 군복도 없었다. 흰색 무명바지 차림으로 전장을 누볐다. 북한군은 눈에 잘 띄는 흰옷의 지게부대를 집중 공격했다. 이들은 맨몸으로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비며 보급로를 뚫었다. 부상자와 전사자를 후송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전투에서는 28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알파벳 ‘A’처럼 생긴 지게를 지고 다닌다고 해서 이들을 ‘A틀 부대(A Frame Army)’라고 불렀다. 당시 국군과 유엔군의 전투 지휘관들은 “전투의 절반을 그들이 치렀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미8군사령관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은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최소한 10만명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파병했어야만 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부친이 지게부대원으로 참전한 전병규 경일대 교수는 “지게부대는 다부동전투 55일간 하루 40∼50명씩 전사했지만 그 누구도 공적을 내세우지 않고 보상도 바라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지게부대가 짊어진 포탄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아버지는 국군 1사단을 도운 주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서 “주민 위령비가 다부동전투에서 희생된 주민과 가족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금 모아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1사단장을 맡아 낙동강 방어선인 다부동전투를 지휘했다. 이후 평양을 가장 먼저 탈환했고, 전쟁 후기인 1952년 32세의 나이로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이듬해에는 국군 역사상 최초 4성 장군이 됐다. 그는 2020년 7월10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해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다만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군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한때 역사적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을 평생 따라다닌 ‘친일’기록의 삭제를 검토 중이다. 보훈부는 국립현충원 홈페이지의 백 장군 안장 기록 중 비고란에 기재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1940년대 초 백 장군이 속했던 만주군 간도특설대는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이 높았던 부대이나, 백 장군은 생전에 “독립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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