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반 ‘CEO 승계 정책’ 공시 의무 이행 안해

김회승 2023. 7. 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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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절반가량이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에 대한 공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의무 공시 대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산규모 1조~2조원 기업들이 처음 포함된데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역시 새롭게 포함된 공시 의무여서 상대적으로 준수율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투명하게 공시하더라도 실제 이행 여부는 별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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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덱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분석
지난 3월31일 오전 서울 우면동 케이티(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케이티 정기주총에서 갑작스레 의장을 맡게 된 박종욱 대표이사 대행이 인사를 하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국내 대기업의 절반가량이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에 대한 공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내용을 실제 이행하는지 확인할 방도가 마땅치 않아 공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205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수립한 기업은 102곳(49.8%), 승계 정책을 운영중인 기업은 96곳(46.8%)으로 집계됐다. 절반가량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 않거나, 내부적으로 규정이 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의무 공시 대상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기업지배구조 공시제도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의 수립 및 운영 주체, 후보자 선정·관리·교육 등 5개 항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단순히 상법과 정관상 대표이사 선임 절차만을 나열하는 등 형식적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금융위는 반드시 문서화 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는 경우에만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제출 대상은 지난해부터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시이오스코어 조사 결과를 보면, 최고경영자 승계 관련 5개 항목을 모두 준수한 기업은 61곳(29.7%)이었다. 4개 항목 준수 기업은 27곳, 3개 항목은 25곳, 2개 항목은 20곳, 1개 항목을 준수한 기업은 18곳이었다. 5개 항목 모두 명확한 기준을 문서화하지 않은 기업은 전체의 4분의1인 54곳(26.3%)에 이르렀다. 의무 공시 기준을 어길 경우, 정정공시를 요구하거나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벌점 등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345개사)의 지난해 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의 공시 준수율은 34.5%에 그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산규모 1조~2조원 기업들이 처음 포함된데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역시 새롭게 포함된 공시 의무여서 상대적으로 준수율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투명하게 공시하더라도 실제 이행 여부는 별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케이티(KT)의 경우 5개 항목의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와 규정을 모두 명문화했지만 실제 최고경영자 후보를 선출할 때는 외압 논란 속에 공시 내용은 무용지물이 됐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그룹사들은 형식적으로는 이사회의 추천과 선출 과정을 거치지만 총수가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공시 의무를 강화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삼정케이피엠지(KPMG) 감사위원회 지원센터도 지난 3년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가업승계가 이뤄지는 총수 경영체계 등 기업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승계정책이 수립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여전히 많은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 선출 절차를 아예 마련하지 않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형식적인 공시 여부만 따지지 말고 실질적인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도 당국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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