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S 고장나도 방류?…野, 보고서도 안 읽고 선동"
野 주장 따져보니
"대학논문 심사도 두시간 넘는데
IAEA 신뢰 낮추려 '답정너' 결론"
‘안전성 검증 못한 깡통 보고서.’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종합보고서를 분석했다며 내린 결론이다. 이 결론은 IAEA 보고서가 공개된 지 불과 2시간여 만에 나왔다. 140쪽 분량의 IAEA 영문 보고서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 11개국 원자력 전문가들이 2년간 검증한 내용이 담겼다.
학계에서는 “대학원생 논문을 심사해도 두 시간은 더 걸린다”며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보긴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답정너’ 결론을 바탕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정치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깡통 보고서’라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를 팩트체크했다.
○“ALPS 검증, 시스템 검증에 포함”
민주당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성능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종합보고서가 깡통이라고 주장한다. ALPS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주요 방사선 물질을 흡착 방식으로 제거하는 설비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는 “측정·확인 및 환승시설, 희석·배출 시설에 대한 검토와 평가만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IAEA의 이전 보고서에 ALPS 성능 분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건 ALPS 설비 자체의 검증보다 처리수 배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증이라고 강조한다. 조형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ALPS만 거친다고 처리수가 곧바로 방류되는 게 아니다”며 “측정·확인 설비에서 두 달간 분석한 뒤 기준치 이하 농도로 정화된 것이 확인돼야 비로소 희석 및 방류 설비로 이동해 최종 방류된다”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ALPS 설비는 전체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ALPS가 제 기능을 못 하면 방류 가능한 기준 농도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재정화 작업을 거치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그는 “ALPS가 고장 나면 마치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방류될 것처럼 얘기하는 건 선동”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버젓이 나온 내용도 ‘외면’
공개된 사실을 외면한 경우도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과학자그룹이 IAEA 검증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를 배제했다”고 했다. 하지만 IAEA 보고서에는 PIF 회원국인 호주와 마셜제도가 참여했다고 나와 있다.
“방류시설 고장으로 인한 비계획적 유출에 대한 검토가 없다”는 민주당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종합보고서 28~31쪽에는 사고 예방, 비상 대응 검증 내용이 담겨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처리수) 고체화 방안도 얼마든지 현실성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해양 투기 말고도 방법이 있다”고 했다. 고체화 후 땅에 묻는 방식은 IAEA의 이전 보고서에서 검토됐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정 교수는 “안전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 와서 육상 처분을 운운하는 것은 과거 보고서를 안 봤거나, 아무 말이나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처리수를 고체화하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것처럼 삼중수소가 공기로 날아간다”며 “대기에 돌아다니는 삼중수소는 괜찮다는 것이냐”고 했다.
○“韓·美·佛·스위스도 교차검증”
민주당은 “IAEA의 독자 검증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입장과 상상만 받아썼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유엔 산하 연구소 세 곳과 ‘환경 방사능 측정 분석 실험실 네트워크(ALMERA)’ 소속 연구소들이 교차 검증해 IAEA가 신뢰할 만하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IAEA는 올 5월 도쿄전력의 처리수 시료 분석 방식과 능력을 검증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IAEA와 일본 외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프랑스 방사선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 스위스 슈피츠실험실(LS) 등 네 곳이 참여해 교차 검증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IAEA 검증 태스크포스(TF)에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도 참여했는데 어떻게 일본 의도대로 끌려가겠느냐”고 했다.
한재영/원종환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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