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AI 시대의 이탈리아 가톨릭 사제 교수 “기술보다 윤리가 더 중요”
메타버스와 챗GPT 시대 윤리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지난 3~4일 이탈리아 대사관과 대한민국 국회가 ‘메타버스와 윤리’라는 주제로 서울 여의도에서 공동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는 기자와 만나 “메타버스는 인류 역사의 새로운 챕터”라며 “새 사회에는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생기기 마련인데, 윤리 원칙은 그 위험도를 낮추는 필수적인 장치”라고 말했다.
베난티 교수는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인공지능(AI)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AI 윤리 전략을 수립했고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의 AI·기술 윤리 부문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 4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메타버스 르네상스: 한국-이탈리아 메타버스 전망과 발전’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신과 인간의 가교이자 현실 세계 윤리를 다루는 사제가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제가 되기 전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라는 경험이 적잖은 영향을 줬다. 신학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첨단 기술 분야는 그의 여전한 관심 분야였다.
무엇보다 메타버스가 미래의 현실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었는데, 다가올 새로운 ‘현실’에는 아직 윤리 원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윤리 원칙이 없는 사회는 지탱될 수 없다. 그는 “메타버스 윤리는 ‘알고리즘에 의한 윤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용자의 행동 등 여러 데이터는 알고리즘에 의해 저장되고 학습되기 때문에 메타버스 초기인 지금 윤리 원칙을 세워 긍정적인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 컴퓨터 공학 교수인 카타르치 교수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 상호작용 분야의 권위자다. AI 분야 컴퓨터와의 상호작용 관련 세계 최고의 학회로 인정받는 ACMCHI에서 지난 2008년 학회장을 지냈다. 2020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가 뽑은 세계 상위 2% 과학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카타르치 교수는 “AI와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디지털 시스템과 인간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다”며 “이에 맞는 윤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선 카타르치 교수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이 서로 섞여 물리적인 일체가 되는 세계”라며 “따라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들이 현실 세계와 동일하게 자발적으로 윤리 원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메타버스가 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공간, 더 공정한 세계가 된다”고 했다.
베난티 교수도 “새로운 세계가 민주적일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울지, 분배 정도는 적절한지 등을 결정하는 건 기술보다 윤리 원칙일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번에 진행된 이틀 동안의 양국 사이 심포지엄은 올해 4년의 대사 임기를 마치는 파일라 대사가 공을 들인 행사다. 파일라 대사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발달된 두 국가인 이탈리아와 한국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 공동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며 “양국이 새로운 세상의 윤리 원칙을 찾는 건 당연하며, 이 같은 협력은 앞으로 직면할 수많은 도전에 양국이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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