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에 '리서치 비리·불건전 영업관행' 질타(종합)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금융투자상품 내부통제 개선 유도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홍유담 기자 = 최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에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 제고와 랩·신탁과 관련한 불건전 영업 관행을 강하게 질타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5일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증권사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이같이 주문했다.
함용일 부원장은 간담회에서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와 랩·신탁과 관련한 영업 관행의 개선은 증권업계의 오래된 숙제"라면서 "좋은 관행이라면 법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겠지만,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 부원장은 'SG증권발 폭락 사태' 당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주가 급락 8개 종목 중 4개만 리서치 보고서가 있고 이 가운데 3개는 모두 매수 의견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을 언급하고서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문제 인식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사들이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하고 있고 애널리스트들이 조사분석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간담회는 사실상 금감원이 증권업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자리인 만큼 다소 굳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SG증권발 사태로 비난받은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을 비롯해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 주요 증권사 대표 대다수가 직접 참석했다.
각 사 대표는 평소 행사장에서 웃으며 잡담을 나누는 등 친밀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날은 짧은 인사만 오갔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특별한 반응 없이 눈길을 피하는 등 접촉을 최소화했다. 황현순 사장은 김익래 전 회장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강성묵 사장 역시 기자들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금감원은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 방식 개선 및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국내 시장의 높은 매수 포지션 비중, 리서치보고서 무료 제공 등이 리서치 관행에 영향을 미친 점이 있다면서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시장 참여자의 인식 개선 및 증권사의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리서치보고서의 매수, 매도 의견에 관여하지 않고 객관화시키는 것이 증권사의 의무"라며 "매도 의견의 비중을 맞추는 것은 증권사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는 실적 가이던스(예상치)를 내는 기업이 거의 없어 가이던스를 알아야 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기업과 원수지기가 쉽지 않다"면서 공매도에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 매도 의견을 낼 경우 주주들이 반발한다는 점 등도 우려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서치보고서를 유료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차등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내부 정보 위반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고객 자산 관리 관행의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함용일 부원장은 "금감원은 랩·신탁의 불건전 영업 관행을 점검 중인데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랩·신탁 자산을 운용하면서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면서까지 다른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했다"고 지적했다.
함 부원장은 "랩·신탁과 관련한 불건전 영업 관행은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책임 영역"이라면서 "감독 당국은 불법 행위를 전제로 하는 영업 관행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느 곳도 위법 행위를 거르지 못했다면서 이는 전사적인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심각한 문제로 내부 통제의 최종 책임자인 최고 경영진과 무관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권 카르텔 문제와 관련해 외부인 사적 접촉 관련 규정 준수 등 원칙에 따라 검사 및 감독 업무를 엄정하게 수행할 방침이라면서 증권업계에 협조를 당부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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