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일 역사상 ‘가장 더운 날’

서필웅 2023. 7.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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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 17.01도… 관측 이래 최고
온난화·엘니뇨… “폭염 이제 시작”
2023년 초부터 이상기후 우려 지속
역사상 가장 더운 6월 기록도
기록 앞으로도 깨질 가능성
저개발국에선 사망자도 속출
WHO “전염병 증가할 전망”

지구온난화와 다시 시작된 엘니뇨의 영향 탓에 지난 3일 지구 평균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이 올랐다. 세계적으로 폭염이 계속되며 앞으로도 이 기록이 계속 깨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지구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영국 BBC방송,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인주립대 연구팀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일 지구 표면 2m 위 대기 온도는 평균 섭씨 17.01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24일과 2016년 8월14일 관측된 16.92도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기온으로 19세기 말 인류가 기온 측정을 시작한 뒤 최초로 17도를 넘어섰다.
더위 잊은 동심 기후변화와 엘니뇨로 올여름 극심한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 외곽 지역 계곡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전날 지표면 2m 위 대기 온도가 평균 17.01도를 기록해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날로 기록됐다. 스리나가르=AP연합뉴스
이미 올해 초부터 전 세계 연구자들이 육지와 바다의 기온 상승에 대해 우려해 왔고, 봄부터 심상치 않은 더위가 이어졌다. 스페인과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기록적인 봄 더위가 나타났고, 북해와 같이 평소 낮은 수온을 유지하던 곳에서도 해양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6월은 역사상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어 7월이 시작되자마자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찾아왔다.

◆봄부터 이상 더위·유례없는 북해 폭염… “지구에 사형선고”

인류의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폭염으로 이어졌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서경 170~120도인 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는 지난 2월 오르기 시작해 현재(6월 18~24일)는 평년보다 1도나 높다.

문제는 이런 더위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프리데리케 오토 그랜덤 기후변화·환경연구소 선임교수는 “걱정스럽게도 이날이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되는 일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염이 계속되며 추후 얼마든지 새 기록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랜덤 교수는 “축하해야 할 이정표가 아니라 사람과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라면서 향후 더 혹독한 더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거리에서 더위에 지친 한 사람이 물병을 잡고 누워 있다. AP연합뉴스
이는 엘니뇨가 여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세계기상기구(WMO)가 엘니뇨 발생을 7년 만에 공식 선언했다. WMO는 이 엘니뇨가 9월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90%이며 하반기 내내 지속할 가능성도 높다고 알렸다.

기록적 폭염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시작하면 세계 각지에서 최고 기온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고 더 많은 극심한 더위가 촉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올여름을 초긴장 상태에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폭염이 어떤 피해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인도에서 폭염으로 1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저개발국가에서는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로 인해 뜨겁게 끓어 오른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 허리케인 등으로 큰 피해도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엘니뇨와 관련된 뎅기열, 지카, 치쿤구니야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확산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WHO의 환경·기후변화 및 보건담당 국장인 마리아 네이라는 “높은 기온으로 인해 전염병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 손실도 피할 수 없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이 1982~83년과 1997~98년에 발생한 역대급 엘니뇨 두 건을 분석해 지난 5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엘니뇨로 각각 4조1000억달러(약 5442조7500억원)와 5조7000억달러(약 7563조9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해당 시기 대규모 금융위기를 제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일 일본 구마모토현 야마토시의 한 다리가 폭우로 인해 무너진 모습. EPA연합뉴스
연구의 제1저자인 다트머스대 크리스 칼라한은 “미국에서도 두 차례의 큰 엘니뇨 이후 소득 성장에서 3%의 손실을 경험했다”며 “페루,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같은 곳에서는 전 세계 평균보다 더 큰 손실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작된 엘니뇨가 또 다른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의 선물거래소에서는 커피, 설탕, 코코아 등 식품 가격이 급등 중이다. 식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밀 선물 가격도 미국 등 세계 곡창지대의 가뭄이 심해지면서 상승 전환했다.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 선언은 전 세계 각 정부가 우리의 보건과 생태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라며 강력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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