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쟤 흙 먹어"...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걸 먹는 '이 병'
최근 방송된 채널 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에는 털을 뽑고 먹기를 반복하는 발모광과 식모증 증세를 보이는 아이의 사연이 소개됐다. 털 외에 손·발톱도 먹는다는 금쪽이는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이식증' 등 복합적인 증상도 보였다. 이식증은 먹어서는 안 되는 물질을 강박적으로 먹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흙, 머리카락, 대변 등 먹으면 안 되는 걸 먹는 ‘이식증’
이식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주로 흙, 머리카락, 종이, 분필, 달걀 껍데기, 대변, 비누, 동물 사료, 돌, 천 등을 먹는다. 이식증을 앓는 폴란드 여성이 아이폰 충전기를 먹었다가 충전기가 식도에 박혀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의 뱃속에서 1.5kg 분량의 머리카락 뭉치가 발견된 일도 있었다.
이처럼 이식증은 영양분이 없는 물질을 먹는 증상을 나타내며, 신체의 특정 미량 원소가 부족하거나 영양 불균형이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심리적 문제로 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걸음마 시기에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이가 자랄수록 이런 행동은 줄어들고 대부분의 경우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그 후로도 이와 같은 증상이 최소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이식증으로 진단한다. 단,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물건을 구분하지 못하는 영아기에 발생하는 것은 이식증이 아닐 수 있다.
정서적 결핍, 영양소 부족 등이 원인…임신한 여성에서도 발생
이식증은 주로 6세 미만 어린이, 임신부, 지적장애 환자에게 나타나지만 일반 성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철분, 아연 등 특정 영양분이 결핍될 때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대체로 정신장애 및 발달장애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이의 경우 정서적인 결핍 혹은 모성·부성 박탈과 갈등의 경험이 있거나 불안이 높을 경우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가 우울증이거나 안정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에도 이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임신한 여성에서도 이식증이 나타난다. 임신으로 인한 영양소 부족과 스트레스 등이 이식증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임신을 하게 되면 평소 먹지 않던 생소한 음식이나 영양분이 별로 없는 물질을 원하기도 하고 식성이 변하기도 한다. 이때 이식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이 심하면 녹말가루, 냉장고의 서리, 진흙이나 먼지까지 먹는 경우가 있다. 영국의 한 임산부는 가구를 닦는 세제를 좋아하여 임신 기간 내내 가구를 닦는 세제를 먹기도 했다. 임신 중에 나타나는 이식증은 철결핍성 빈혈과도 연관이 있다. 철분 결핍으로 인해 이식증 중 하나인 빙식증이 나타날 수 있다. 빙식증은 얼음 중독증이라고도 부리며,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음료를 즐기거나 자꾸 얼음이 먹고 싶은 증상이다.
이식증이 계속되면 합병증 발생 위험↑, 지속적인 관찰과 관심이 중요
이식증이 계속되면 영양 상태가 불균형해질 수 있어 빈혈, 전해질 불균형, 기생충 감염, 장폐색, 치아손상, 경련성 질환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물건에 포함된 화학물질이나 세균 등으로 인해 납중독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소화기관이 막히거나 찢어질 수 있다. 이식증 환자의 약 30%는 납중독이며 이로 인해 ADHD, 지적장애, 경련성 질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식증을 치료하는 약물은 현재로서는 없지만, 행동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강박적으로 먹는 물질에 접근할 수 없게 환경을 바꾸고 이식증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의 경우, 부모교육이 중요하다. 어린아이에게 이식증이 나타나는 심리적 요인은 부모와의 관계가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어떤 것을 먹는지 세심하게 관찰을 하고, 아이가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슬기 원장은 "이식증은 식이장애로 분류되며 보통 어떤 감정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먹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니만큼 심리검사 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식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치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먹으면 안 되는 영양가 없는 물질이 몸에 쌓이면서 야기될 수 있는 영양 결핍, 장폐색, 치아 손상, 철결핍, 납 중독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인지와 치료가 필요하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슬기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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