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우주 빼면 전쟁 수행 불가능 시대···독자 정찰·감시 능력 확보해야”
美는 ‘우주 굴기’ 中 견제···G2 우주 패권 경쟁 불붙어
韓, 정찰감시능력 미흡, 우주물체 충돌 美에 전적 의존
한미 우주협력 강화하고 미래우주군 창설 역량 키워야
2007년 중국이 인공위성 파괴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미국 공군은 그 궤도를 추적해 2700개가량의 잔해를 헤아렸다. 우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이 자웅을 겨룬 대표적 사례이다. 중국은 2015년 우주를 전쟁의 새로운 영역으로 지정하고 인민해방군 전략지원군을 창설해 우주·사이버·전자전 능력을 통합했다. 중국은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위성 검사·수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위성 파괴 무기를 지구 궤도에도 배치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에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천궁)을 완공하는 등 ‘우주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로이 브래시어 미국 노스럽그러먼 전술우주체계부 부회장은 “현대전에서 첫 공격은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내 중국으로부터 구체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우주영역인식(SDA)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른 우주
러시아는 2019년 미국의 국가안보위성을 따라 지구 저궤도로 여러 대의 위성 파괴 무기 프로토타입을 발사했다. 2021년 11월에는 직상승 위성 파괴 미사일 실험을 통해 추적 가능한 1500개의 파편과 추적 불가능한 수만 개의 물체를 쏟아냈다. 당시 이 실험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지구 저궤도의 수많은 위성, 우주비행사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지 통신·인터넷망 파괴를 노렸으나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로 인해 무력화돼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신원식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미국 맥사테크놀로지가 개전 초부터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 지상전 너머 우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도 최근 중국·러시아에 대항한 ‘우주안보 구상’을 밝히며 우주 군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구상에는 타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파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소형 위성들을 연결해 정보 전달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또 자위대의 타국 지휘통제·정보통신 방해, 방위성과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협력, 기업 지원 확대 방안 등도 들어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우주개발전략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우주 이용이 군사적 우위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최성환 공군 우주센터장은 “미국·중국 등 우주 선도국들에 비해 한국은 아직 제한적인 우주 감시 능력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는 위성과 우주 물체 간의 충돌 예측 정보를 미 우주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2030년쯤 170여 기의 위성을 운영할 예정인데 민군 협력을 통해 우주 감시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미동맹 강화에도 아직 우주 협력은 제한적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9년 12월 우주군을 창설했다.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다음으로 신설한 것이다.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등에 대응하고 중국·러시아 등과의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북한·중국 등을 감시하기 위해 주한미군도 지난해 12월 경기 오산기지에서 미국 인도태평양우주군사령부 예하 주한미군우주군을 발족했다. 미국은 현재도 정찰·감시 능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2026년까지 1000개 이상의 소형(100~400㎏) 군집위성을 저궤도에 띄우는 블랙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간 우주 협력은 아직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5월 3차 시험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한국형 발사체)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해 10년간 2조 원 이상 투입된 게 단적인 예다. 챈스 숄츠먼 미 우주군 참모총장은 4일 공군 등이 주최한 ‘2023 열린우주포럼’에서 화상을 통해 “미 우주군은 동맹국들과 함께 우주에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탑재체 공유, 인적 교류, 훈련, 전문 군사 교육, 안보 협력 구상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주 감시 네트워크 가동 등을 위해 지속적인 민군 협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소속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우주 개발 없이는 안보도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미국·영국 등이 우주사령부를 창설하고 중국이 전략지원군을 만들고 러시아가 공군을 항공우주군으로 바꾼 게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군 협력으로 국가 우주감시 역량 갖춰야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전쟁 등으로 ‘신냉전’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군이 기업과 함께 저궤도(지상 200~2000㎞) 위성통신과 초소형 감시·정찰위성 역량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은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과 광학·적외선(EO/IR) 위성 총 5기 개발(425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한반도 상공 정찰 주기가 2시간이나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감시 주기를 30분으로 단축하기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SAR 40여 기)을 올해부터 착수하지만 2030년대 초에나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찬식 공군 우주센터 중령은 “올해 초 미국 폐 기상위성(ERBS)의 추락 예상 궤도에 한반도가 포함돼 우주 감시 레이더 구축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주영역인식 능력 구축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므로 민군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공군과 우주군의 경우 시행착오 끝에 위성 등 우주 물체에 대한 탐지·추적 등은 민간에서, 식별·표적화 등은 군에서 각각 수행하고 있다. 김관성 국방과학연구소(ADD) 책임연구원은 “ADD는 2025년까지 우주 감시 레이더의 핵심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레이더 우주 감시 체계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은기 공군 정책발전자문위원장은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돼 민관군 협업과 우주 동맹이 매우 중요하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공군·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협업이 쉽지 않으므로 대통령 직속 우주항공센터나 민관군 참여 우주항공청 등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상화 공군 참모총장은 “공군은 민관군은 물론 국제 협력을 통해 우주 감시 능력과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군은 한미 우주 협력 강화와 함께 미래 우주군 창설 역량 강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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