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메기 풀어 은행권 경쟁 촉진···"체급 차이 커 한계" 관측도

윤지영 기자 2023. 7.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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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만에 새 시중은행
"준비된 사업자 언제든 시장진입"
대구銀 '5대銀 과점' 깰 대항마 기대
저축→지방銀·지방→시중은행으로
요건 충족땐 연쇄전환 적극 유도
일각 "비대면 대세···메리트 적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 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
[서울경제]

금융 당국이 5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부수기 위해 가장 빠르게 신규 플레이어를 진입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새 시중은행의 출현이 은행간 경쟁을 촉발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체급 차이 등의 한계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5일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신청하면 요건이 충족되는 한 이를 적극 허용할 예정이다. 현재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의향을 당국에 밝힌 상태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 당국과의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시중은행 전환 시 금리 면에서 자본 조달이 더 유리한 만큼 시중은행과 대등한 브랜드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이달 중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국과 실무적인 협의 등에 나설 예정이다.

그간 대구은행은 선순위회사채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대구은행이 발행하는 선순위채의 신용등급은 시중은행과 유사한 AAA지만 조달금리는 시중은행보다 4bp(0.04%포인트),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는 21~25bp(0.21~0.25%포인트) 더 높았다. 이에 시중은행 전환으로 금리 면에서 자본 조달이 전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 대구은행 측의 설명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당장 조달금리 차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점점 좁혀질 것”이라며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금 기준도 이미 충족한 상태다. 은행법 8조에 따르면 지방은행 인가를 위해서는 250억 원 이상의 자본금만 있으면 되지만 시중은행 인가를 위해서는 1000억 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대구은행의 올해 1분기 자본금은 6806억 원으로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다. 특히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주 보유 한도’ 여부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보유 허용은 4%까지인데 지방은행 가운데 대구은행이 유일하게 비금융주력자가 4%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은 대구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DGB금융지주의 지분 3.35%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대구에 본점을 두고 전국 영업에 따른 이익과 자본을 지역 경제에 재투자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창립 이래 56년간 축적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의 디지털화로 비대면 영업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큰 메리트가 없을뿐더러 주요 시중은행과의 자본금 등 체급 차이도 상당하기 때문에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은행의 올해 1분기 자본금(6806억 원)은 시중은행 자본금 기준(1000억 원 이상)은 충족하지만 수조 원에 달하는 다른 시중은행과는 격차가 크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출과 예금 비중은 전체의 각각 63.5%, 74.1%로 70% 안팎에 달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도 개선 방안 브리핑에서 “사실 대구은행의 크기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상당히 작은 상황이어서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도 “5곳이던 시중은행이 한 곳 더 늘어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해 정보기술(IT)·플랫폼 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네이버페이와 하나은행이 결합한 예금통장의 계좌 한도를 100만 계좌까지 확대하고 쿠팡페이와 하나은행이 결합한 예금통장 등을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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