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본점 둔 '전국구 은행' 첫 탄생 … 5대銀 과점 깰 메기로
자기자본 시중銀 7분의1 수준
대규모 자금수혈 불가피
DGB금융지주 100% 자회사
산업자본 '4%룰'도 적용받아
깐깐한 대주주적격성 심사예고
◆ 금융권 빅뱅 신호탄 ◆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전국구'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현재 전체 영업점 205개 중 90%인 184개 점포가 대구·경북에 편중돼 있던 대구은행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행을 제외하고는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출현함에 따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심 카르텔 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싹트고 있다.
5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면 신속히 심사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빠르면 연내에 인가를 내줄 방침"이라며 "전환되면 30여 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출현, 지방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첫 실무회의 결과를 발표할 때 기존 지방은행 중 요건을 갖춘 곳을 새로운 시중은행으로 인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안정'을 감안해 시중은행 인허가에 대해 굳게 빗장을 걸어왔던 방침을 전면 뒤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금융당국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대구은행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은행지주와 달리 은행지주에 대해서는 산업자본 지분율이 4%로 제한되는데, 이 같은 지분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은행 모기업인 DGB금융지주 단 한 곳뿐"이라며 "DGB금융지주 측에서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해 줄곧 타진이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DGB금융지주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지분율 8.78%), OK저축은행(8%), 우리사주조합(3.95%) 등이 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이날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연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전담조직을 만들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인가 신청을 낼 것"이라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화했다. 현재 지방은행은 본점 소재지인 광역자치단체에서만 주된 영업을 할 수 있고,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제한된 숫자의 영업점만 금융당국 허가를 얻은 뒤 개설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은 지방은행보다 조달 측면에서 금리가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디지털 시대여서 수도권 내 점포가 적더라도 비용을 줄여 일할 수 있고, 핀테크 플랫폼 회사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협력하며 보다 나은 핵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등급인 AAA를 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로부터는 A-, 무디스에서는 A2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반면 국내 5대 은행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S&P A+, 무디스 Aa3로 대구은행 대비 2단계 높은 신용도를 부여받고 있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인가 이후에도 본점은 대구에 둘 것이며 56년간 쌓아온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강원,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의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후 행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넘어야 할 벽으로는 '증자'와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먼저 꼽힌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829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자기자본이 각각 33조7233억원, 31조1673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SC제일은행 자기자본 5조3137억원보다도 작다. '전국구' 시중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증자가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손실흡수 완충 능력을 강조하고 있고, 영업 확대 과정에서 수반되는 대출 자산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 확충이 필수"라며 "은행지주에 대한 산업자본 지분 4% 제한 조건 등을 감안할 때 자본 확충 작업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적격성 심사는 또 다른 관건이다. DGB금융지주 주요 주주인 OK저축은행은 이미 저축은행을 영위하고 있는 금융자본이긴 하다. 하지만 은산분리를 위한 '4% 룰' 제한을 넘어섰기 때문에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존 저축은행 대주주로 받던 심사보다 한층 높은 수준에서 적격성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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