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교육방송 보며 자랐는데… 청소노동자 부당해고에 놀랐다"

윤유경 기자 2023. 7.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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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15명 학생들 모여
경영악화로 청소노동자 해고한 EBS 비판 이어져
"EBS가 가르쳐준 공동체 정신과 사회성은 어디 있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아이들이 보고 자라야하는 교육방송이 이렇게 청소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에 놀랐다.” (문봄 성공회대 노학연대 '가시' 대표)

대학생들이 EBS(한국교육방송공사) 본사에 모여 경영악화를 이유로 청소노동자를 해고한 EBS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들은 본인들이 보고 자라온 '교육'방송에서 부당해고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공영방송인 EBS가 스스로 공공성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EBS분회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은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 모여 EBS의 청소노동자 해고를 규탄하고 고용승계를 촉구했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이화여대 노학연대 '바위', 성공회대 노학연대 '가시', 동국대 '맑스철학연구회',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R', 청년한의사회, 노동도시연대 등 8개 단체에서 약 15명의 학생들이 EBS 청소노동자들의 해고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해 256억 원 적자를 기록한 EBS는 4월25일 미화용역업체 신규입찰 공고에서 기존 27명에서 3명이 줄어든 24명의 투입인원을 확정해 과업지시서를 냈다. 입찰 공고에 따르면 3명 감축 외에도 오전조, 오후조 근무시간이 모두 1시간씩 줄었다. 주말근무, 휴일근무도 없앴다. 노동시간을 줄여 노동자들의 임금이 저하됐지만, 업무 범위는 그대로이고 인원도 감축돼 업무량이 증가한 상황인 것이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고용불안을 느낀 청소노동자들은 5월 2일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EBS분회)을 결성했고, 신규 용역업체는 같은 달 9일 분회장, 부분회장, 사무장 등 노동조합 핵심간부 3명에게 계약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처음 명단을 특정한 현장 관리소장과 신규 용역업체, EBS는 모두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더라도 전원 고용 승계를 할 것을 요구했지만, EBS는 미디어오늘에 “인력 고용은 EBS 권한 밖”이라고 밝혔다.

기존 근무하던 청소노동자 1명이 퇴사해, 이달 1일 해고자 중 한 명이 복귀했다. 노조는 오는 6일 예정된 신규 용역업체와의 2차 교섭에서 전원 복직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현장소장으로부터 직장내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청소노동자들이 진술서를 제출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공영방송인 EBS가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호 지침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공공기관의 경우 지침 준수 여부에 따라 경영평가 페널티가 이뤄질 수도 있다.

“EBS가 가르쳐준 공동체 정신과 사회성은 어디 있습니까?”

현장에 모인 대학생들은 EBS의 청소노동자 해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강윤지 서강대 학생은 “EBS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 내에서 이런 부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이 되고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박정한 서강대 학생도 “어머니는 초등학교에서 급식노동자로 근무하셨었고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계신다”며 “그만큼 고용불안과 하도급이 주는 서러움을 알고 성장해왔다. 이번 연대에 진심으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학생들은 본인들이 보고 자라온 '교육'방송에서 부당해고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문봄 성공회대 학생은 “EBS에서 투쟁이 있다고 해서 놀랐다”며 “아이들이 보고 자라야하는 교육방송이 이렇게 청소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김정현 노동도시연대 청년 활동가도 “EBS가 만드는 프로그램 중에는 공공성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다. 하지만 정작 EBS 스스로는 공공성을 위배하고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윤승현 연세대 학생은 “EBS를 보고 자랐다. 특히 비정규 노동 문제를 다룬 <지식채널e> 회차를 인상깊게 봤다”며 “그런 프로그램을 송출시키던 방송국에서 비정규직 노동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 노동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씁쓸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학생들은 경영악화 책임을 청소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회사를 비판했다. 이주명 이화여대 학생은 “대학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노동강도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사람을 해고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경영 문제가 생기면 아래로 여겨지는 사람을 먼저 자르는 건 어느 사업장에서나 똑같다는 점에서 분노가 일었다”고 했다.

김원 동국대 학생은 “방송사들이 어려워진 경영을 핑계로 사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있다”며 “EBS 노동자들이 싸우고 청년 학생들이 연대해서 복직이 되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종현 스튜디오R 청년 활동가도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했다고 이렇게 가차없이 해고해버리는 EBS의 태도에 화가난다”며 “EBS 사측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하청 구조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주영 성공회대 학생은 ”회사는 항상 본인들이 경영 위기 책임을 가장 먼저 전가하는 게 청소노동자인 것 같다. 청소노동은 필수 노동인데, 회사가 함께 의존하고 필수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소노동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다. 우리가 모두 겪게 될 문제다. 나도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윤지현 이화여대 학생은 “법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 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시위 현장에 나온 사람들에게는 불법시위, 폭력시위라며 범죄자 취급하면서 정작 위에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통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누가 범죄자인가. 최소한의 법이라도 지켜야한다는걸 가지고 투쟁해야한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학생들은 청소노동자 투쟁을 응원하는 글과 그림을 EBS 로비 벽과 창에 붙였다. 학생들은 종이에 'EBS가 가르쳐준 공동체 정신과 사회성은 어디 있습니까? 모두에게 꼭 필요한 청소노동자 분들과 연대해 승리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는 공영방송을 원합니다', '경영실패를 왜? 미화노동자에게?', 'EBS가 가르쳐준 상생정신, 우리가 노학연대로 실천한다', 'EBS는 경영적자를 청소노동자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고용승계 보장하고 해고노동자 복직, 8시간 노동 유지하면돼'라고 적었다.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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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 5일 경기도 일산 EBS 로비에서EBS 청소노동자 청년학생 결합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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