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폭우 속에서도 빛났다…조성진, 2년만의 리사이틀

박주연 기자 2023. 7. 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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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롭고 색채감 가득한 연주를 이어가던 조성진이 한 마리의 매처럼 피아노로 거칠게 뛰어내렸다.

조성진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페달에서 발을 떼고 연주를 이어갔다.

두번의 앙코르에도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자 조성진은 손가락으로 '1'을 만들어 한 곡만 더하겠다는 뜻을 비춘 후 관객들에게 헨델의 'B플랫 장조 사라방드'를 들려줬다.

모든 곡이 끝난 후 조성진은 1열에 앉아 자신의 연주를 감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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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3.7.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감미롭고 색채감 가득한 연주를 이어가던 조성진이 한 마리의 매처럼 피아노로 거칠게 뛰어내렸다. 양팔을 넓게 벌리고 한음 한음을 찍어냈다. 격정 가득한 비장함이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였다.

조성진이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전국 순회 리사이틀 첫 무대를 가졌다. 2년만의 전국 리사이틀인 만큼 '피켓팅'이 치열했고, 쏟아지는 폭우 속에도 2500여 객석이 빈 자리 없이 가득 들어찼다. 준비된 프로그램북 1800부도 공연 시작 전 모두 동이 났다.

조성진은 이날 무대에서 마치 '지킬과 하이드' 같았다. 헨델의 건반모음곡 5번과 브람스의 '헨델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사이에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를 배치, 순식간에 돌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줬다.

헨델의 건반모음곡은 이탈리아와 영국을 오가며 헨델이 익힌 국제적 감각과 다양한 스타일이 담긴 흥미진진한 걸작이다. 이 곡이 작곡됐던 시대에는 피아노가 없어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로 연주됐다.

하프시코드는 바로크시대의 대표적 건반악기로, 건반을 누르면 작고 뾰족한 플렉트라가 현을 퉁겨 소리를 낸다. 현을 때리는 피아노와 달리 맑고 영롱한 소리를 낸다. 페달이 없어 셈여림을 전달할 수도 없다.

조성진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페달에서 발을 떼고 연주를 이어갔다. 고개를 양옆으로 까딱까딱 흔들고 리듬을 타며 헨델의 대위법에 다채로운 색과 무게감을 담아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3.7.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3.7.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첫곡이 끝나고 조성진은 숨을 고르고 손수건으로 건반을 슥슥 닦아냈다. 고개를 숙이고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어깨를 넓게 펴고 피아노를 깊고 무겁게 내리쳤다. 광풍이 휘몰아치는 듯 했다.

폭풍우 같은 연주가 이어졌다. 1962년 작곡된 러시아 작곡가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였다. 익히 알고 있던 이지적이고, 시적이고, 감미롭던 조성진은 없었다.

'샤콘느'가 끝나고 조성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소의 단정함을 되찾았다. 헨델의 모음곡 HWV 434를 기반으로 한 25개의 변주를 담은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가 이어졌다. 씩씩하고 깔끔하게 시작된 연주는 스타카토로, 스케르초로, 시칠리아노로, 화려한 변주를 거듭했다.

조성진은 앨범 발매 당시 이 곡에 대해 "연주 테크닉에서나 음악의 복잡함이 연주자에게 도전이 되는 작품"이라며 "마치 큰 산을 오르는 것 같다. 그러나, 힘들어도 정상에 도착하면 안도감이 들면서 감정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3.7.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부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소품' 중 1, 2, 4, 5번과 '슈만의 교향적 연주곡'이 이어서 연주됐다. 이어짐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한곡처럼 들릴 정도였다.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은 슈만의 작품 중 최고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이다. 조성진은 소리를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오케스트라처럼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달콤하고, 신비스럽고, 현란한 선율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앙코르는 라벨의 '거울' 중 세 번째 곡과 네 번째 곡이었다. 5일 예술의전당, 8일 대전 예술의전당, 9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들려줄 곡들의 예고편이었다. 마치 물방울이 튀는 듯, 물결이 흐르는 듯한 선율이 공연장에 넘쳐흘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리사이틀 현장.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두번의 앙코르에도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자 조성진은 손가락으로 '1'을 만들어 한 곡만 더하겠다는 뜻을 비춘 후 관객들에게 헨델의 'B플랫 장조 사라방드'를 들려줬다.

모든 곡이 끝난 후 조성진은 1열에 앉아 자신의 연주를 감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관객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조성진의 무대는 5일 예술의전당을 거쳐 8일 대전, 9일 부천, 12일 울산으로 이어진다. 12일 울산에서는 4일과 같은 곡이 연주되며, 5일 예술의전당, 8일 대전, 9일 부천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소품' 중 1, 2, 4, 5번과 '라벨의 거울,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을 감상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3.7.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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