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들 "오염수 괴담 깜짝 놀라…韓, 과학을 믿어라"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7. 5.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1회 한인과학기술인대회 참석 석학들 단독인터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갖은 억측과 괴담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과학 권위자들이 일제히 "이젠 편견에서 벗어나 과학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1회 세계 한인과학기술인대회 참석차 방한한 이들은 한국을 포함한 11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가 2년간의 평가를 거쳐 엄밀한 과학적 결론을 낸 만큼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근거 없는 괴담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는 각국의 한인 과학기술인과 해외 석학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케이 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뇌과학)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관련된 질의를 던지자 "한국에 오자마자 회를 엄청 먹었다"고 말했다. 최근 항간에 떠도는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괴담에 과학자로서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기준'인데 그 기준은 과학적 검토와 근거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역시 괴담보다는 이런 기준이 잘 지켜지는지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경험하고 싶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알렉산드르 파크 러시아 톰스크폴리테크닉대 교수는 "후쿠시마 괴담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에서 떠돌고 있는 괴담들을 알려주자 "러시아에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라며 "한국에 그런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니 놀랍다"고 반응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때도 그랬고, 으레 사람들이 미신이나 괴담을 믿기는 한다"며 "하지만 과학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석학들은 IAEA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환 중국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오히려 '믿지 않는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학 커뮤니티는 냉철한 분석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국제기관이 2년간 검토한 내용을 과학자들은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인해 괴담에 휩싸여 있다"며 "과학적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믿지 않는 동기가 무엇인지, 정말 위험해서 그러는 건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정하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IAEA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며 "이번 종합보고서는 IAEA TF가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더 객관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수와 관련한 괴담이 떠도는 이유에 대해 "독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무용론 같은 괴담들이 떠돌았지만 한국처럼 심하진 않았다"며 "사회의 주류가 비과학에 쉽게 동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회 주류들이 과학적, 객관적, 상식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공신력 있는 과학적 사실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 정부는 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종합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IAEA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권위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존중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내용에 대한 평가나 동의 여부 등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중심으로 2년째 진행 중인 검토 작업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때 함께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IAEA 종합보고서와 관련해 오해에 대한 사실관계도 바로잡았다.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삼중수소뿐 아니라 '탄소-14'도 거르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탄소-14는 위험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더군다나 탄소-14 배출 기준은 리터(ℓ)당 2000㏃(베크렐)인 데 반해 희석 전 오염수에서 실제 검출되는 양은 최대 215㏃, 평균 32.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약 70%가 배출기준을 초과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모든 오염수는 방류 전 균질화 및 측정 단계를 거친다"며 "배출 기준을 초과한 오염수는 ALPS로 다시 들어가 재정화된다"고 밝혔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오는 7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방한 기간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만난다. 박 차장은 "그로시 사무총장과 박진 장관이 만나 IAEA가 일본 측 방류 후 사후 모니터링을 어떻게 내실 있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IAEA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차장은 "국민들께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그에 더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는 한 그걸 정부가 수입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고재원 기자 / 홍혜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