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가 더 불황 체감 미국은 '리치세션' 겪는중
감원 타깃 된 고액 연봉자
실업수당 청구 40% 늘어
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많은 부자는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느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이뤄진 정리해고 중 약 3분의 1이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등 고액 연봉자가 근무하는 기술기업에서 발생했고, 감원도 고임금자를 겨냥하면서 고소득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고소득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불황을 뜻하는 신조어 '리치세션'이 진행 중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리치세션은 부자를 뜻하는 '리치(Rich)'와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예금 잔액이 부족하고 해고 확률이 높은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부자는 불편함이 늘어나는 수준의 충격을 받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전에 발표된 잠정치 1.3%에서 0.7%포인트 올린 연율 2.0%로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상향하느라 분주하지만,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정리해고에 더 큰 타격을 받고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WSJ는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해고자 계좌에 실업수당을 직접 입금하는 30개주를 조사한 결과, 연간 12만5000달러(약 1억6000만원) 이상을 벌던 가구 수가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5만달러 미만 가구 증가율의 5배가 넘는다. 조사 대상인 30개주에는 기술회사 본거지이자 올해 정리해고가 집중된 캘리포니아가 포함되지 않았다.
고소득 근로자의 상여금도 크게 줄었다. 뉴욕주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 증권업계 직원에게 지급된 평균 보너스는 17만6700달러로, 1년 전보다 26% 감소했다.
반면 전체적인 정리해고는 낮은 수준인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산업의 노동 수요는 여전히 많고, 이는 임금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이 줄면서 부자의 소비 활동도 위축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4월 고소득 가구가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임의 소비재(discretionary items)에 쓴 신용·직불카드 지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반면, 다른 가구들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한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겁나서 못타겠다”…욕먹던 ‘싼맛’ 경차반란, 벤츠 사려다 모닝 ‘살맛’나겠네 [카슐랭] -
- “빚 잘 갚는 사람은 왜 인센티브 없나”…40대 가장의 한숨 - 매일경제
- TV수신료 강제징수 29년 만에 폐기…납부거부 움직임 늘어날 듯 - 매일경제
- ‘한국애들끼리 또 싸운다’는 일본 조롱 안들리나 [핫이슈] - 매일경제
- 의사도 당했다…가짜 검사 이 말 한마디에 40억 날려 - 매일경제
- “당신 완전 악질이군요”…망신살 뻗친 집주인, 그러게 왜 보증금 안 줘 - 매일경제
- 가족이 묵기 좋은 전 세계 호텔 2위 튀르키예, 1위는 어디 - 매일경제
- ‘허세 지나치다’ 비판 쏟아진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이름...진실은 - 매일경제
- “자산운용사 차려도 되겠네”... ‘투자의 신’ 으로 불리는 이 건설회사 - 매일경제
- ‘역도 전설’ 장미란, 한국체육 번쩍 들어올릴까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