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U외교수장 방문 돌연 취소

디리스킹 공세에 불만 표출
日, 오염수 방류 갈등 불구
중국에 경제대표단 보내

다음주로 예정된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방중 일정이 중국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이 '중국 측으로부터 다음주로 예정된 방문 일정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렐 고위대표의 방중이 취소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일정이 연기됐다. 오는 10일 재차 베이징을 찾기로 일정을 조율했지만, 중국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베이징 방문이 또 한 번 무산됐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중국 고위 인사들과 접견해 인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괄한 '전략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고 호르헤 톨레도 주중 EU 대사가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보렐 고위대표의 방중과 관련해 "달리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주 EU 정상회의 때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대(對)중국 디리스킹'이 공동성명에 포함된 데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U는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도 "공급망을 포함해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계속 줄여나가고,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동 취소는 중국 당국이 반도체, 전기자동차 제조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도 맞물려 EU로서는 더욱 난감해졌다.

한편 일본 집권 자민당 출신 거물 정치인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은 약 80명 규모의 대기업 임원 등으로 구성된 경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았다. 5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고노 전 의장은 4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양국 경제무역 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고노 전 의장과 왕 부장 간 만남은 양국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각을 세우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