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사능 오염수 방류해도 6000억 살까지 거뜬" 핵의학회장이 말했다
"수산물을 이제 그만 사 먹어야 하나", "소금을 미리 사둬야 하나".
일본이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고민이 깊어진 국민이 많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현지 시각)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만, 국민적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과연 일본에서 떠밀려온 방사능 오염수를 마셨거나, 방사능 오염수를 마셔온 물고기를 잡아먹으면 우리 몸에는 어떤 악영향을 끼칠까? 대한핵의학회장인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의학적 관점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봤다.
이런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서 높은 농도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강건욱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삼중수소를 고농도로 마신 후 사망한 사람은 2명으로 보고된다"며 "구소련의 핵무기 제조공장에서 삼중수소를 마신 직원 2명이 실수로 들이킨 후 1~3개월 내 죽었다"고 말했다. 삼중수소가 고농도로 우리 몸에 들어온다고 해서 즉사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신체 조직 가운데 골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골수 기능이 망가지면 백혈구·혈소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강 교수는 "몸속엔 골수가 진작 만들어놓은 백혈구·혈소판의 '재고'가 약 한 달 치 있는데, 골수가 망가지면 한 달 후 백혈구·혈소판이 동난다"며 "이에 따라 세균이 침범해도 막아내지 못해 폐렴 등으로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건 일본에서 방류한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도달했을 때 삼중수소의 '양(量)'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삼중수소의 양은 일본에서 배출할 때보다 1경(京)분의 1로 희석된다"고 말했다. 1경은 1조(兆)의 1만 배로, 10의 16제곱 수다. 한국인이 1년에 먹는 물고기가 평균 16㎏이다. 우리가 물고기를 먹고, 해수욕을 즐기는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 국민이 노출되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기까지는 '6000억 년'이 걸린다. 한국인이 일본발(發) 방사능 오염수로 인해 삼중수소가 기준치를 초과하려면 6000억 살까지는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1mSv는 일상에서의 기준치로, 안전을 위해선 기준치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킬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려면 100mSv는 넘어야 한다. 몸속 삼중수소가 100mSv만큼 쌓이려면 무려 60조 살이 돼야 한다는 결괏값이 나온다.
최근 문제 된 게 중국이 우리나라 서해 쪽으로 버린 방사능 오염수다. 중국이 2021년 발간한 중국핵능연감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전체 원전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배출한 삼중수소 총량은 1054테라베크렐(T㏃)이었다. 이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과정에서 배출량 제한 기준으로 정한 연간 22T㏃의 약 50배에 달한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도 100억 년 이상 살아야 기준치를 초과한다.
만약 일본의 알프스가 고장 나 오염수를 그대로 흘린다면 우리 국민은 어떻게 될까? 강 교수는 "그럴 경우 플루토늄·요오드·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핵종 물질까지 더해져 기준치에 도달하기까지의 기간이 6000억 년에서 100배 더 짧아진다"면서도 "그래도 노출된 사람이 60억 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더해져 삼중수소 노출량이 1만 배 더 늘어난다 해도 600만 년"이라며 "2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사람에겐 건강상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IAEA는 후쿠시마 해역에서 3㎞ 떨어진 해변에서 수영하거나 물고기를 잡아먹을 때 방사선 노출량을 계산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이 조사 결과, 해변에 사는 후쿠시마 지역주민 노출량은 0.00003mSv로, 사람이 30000살은 돼야 기준치를 넘는다"고 언급했다.
하늘에서 만들어져 지상에 내려온 삼중수소는 빗물> 지하수·강물> 바다 순으로 농도가 짙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바다의 삼중수소 농도가 가장 옅은 이유는 바다의 매우 많은 물이 삼중수소를 희석해서다. 강 교수는 "바닷물의 삼중수소는 강물·생수보다 삼중수소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만약 삼중수소를 최대한 덜 섭취하고 싶다면 해양심층수를 마셔 10분의 1로 줄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생수병 속의 삼중수소는 반으로 줄어들기까지 12.3년(물리학적 반감기)이 걸린다. 그런데 사람 몸속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불과 열흘(생물학적 반감기)이면 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자연계에서 물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가 땀·소변 등으로 함께 배출돼서다. 사람보다 몸집이 작은 물고기의 경우 반감기는 이틀이다. 강 교수는 "몸의 70%가 수분인 만큼, 땀·소변·혈액 등 체수분에 누구나 삼중수소가 들어있다"며 "자연이 만들어낸 삼중수소는 바닷물에도 워낙 많다. 그런 바닷물에 일본이 삼중수소를 방류하는 건, 마치 소금이 가득한 바닷물에 소금 한 포대를 붓는 셈"이라고 빗댔다.
그는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단순히 일본에서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읊는 건 일본 정부의 편을 들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우리나라에 방사능 오염수가 얼마나 도달하며, 그것이 우리 수산물과 우리 바다,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1994년부터 해역별, 어종별 세슘·플루토늄 등 해양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기록해왔다. 이런 데이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그는 "정부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에도 우리 바다의 방사능 수치가 안전하다는 것을 객관적 근거를 대며 대국민 발표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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