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보냅니다” 가짜 검사 한마디에 전재산 40억 날린 의사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may@mk.co.kr) 2023. 7.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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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위조된 검사 신분증. [사진 출처 = 충남경찰청]
한 40대 의사가 검사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40억원을 날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전화금융사기가 최근 크게 늘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40대 의사 A씨는 지난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대는 본인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라고 소개했고, A씨 계좌가 범죄수익 자금세탁에 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발부받았다는 구속영장을 메신저로 보냈다.

범인이 “수사에 협조하면 약식 조사만 한다”고 말하자 A씨는 의심 없이 메신저로 전달된 링크를 눌러 범인이 지시한 대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감원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 상대방으로부터 계좌가 자금세탁에 사용됐다는 답을 받았다.

애초에 A씨가 설치한 앱은 그가 경찰이나 검찰, 금감원 등 어느 곳에 전화를 걸어도 금융사기일당에게 연결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었다.

A씨는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하려면 재산 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에 속아 예금과 보험, 주식은 물론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40억원을 범인 일당에게 넘겨줬다.

이후 일당은 경찰 수사로 붙잡혔으나 A씨의 40억원은 이미 해외로 빼돌려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A씨 사례처럼 최첨단 통신기술을 도입한 전화금융사기가 출현하면서 직업·학력·경력과 무관하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주소가 포함된 ‘미끼 문자’는 절대 확인하지 말고,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를 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가로채는 ‘악성 앱’을 주의하라고 설명했다.

또 구속 수사 등을 언급하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거나 보안 유지를 들먹이며 주변에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면 전화금융사기일 가능성이 크므로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며 “모든 전화나 문자는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 7363건 중 기관 사칭 사례는 4515건으로 전체의 61.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만707건 중 기관 사칭이 3787건으로 35.4% 수준이었다가 최근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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