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국정원 수사팀, MBC 사찰 배후로 이동관 지목
2017년 국가정보원(국정원)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문화방송>(MBC) 방송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였다.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를 지휘한 사람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이 특보의 문화방송 장악 개입 의혹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 특보를 내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국정원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7년 11월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보고서에서 2010년 3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문건의 형식 및 내용, 문건의 목적, 문건 실행주체를 고려했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청된다”고 밝힌 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통해 MBC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는 ‘간부진 인적쇄신, 편파프로 퇴출, 노조 무력화’ 등을 통한 문화방송 장악 계획이 담겨 있었다.
당시 검찰은 이동관 당시 수석을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 사장에게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했을 유력한 인물로 지목했다. 국정원 문건을 작성한 정보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되는 문건이다. 문서 작성을 지시 받았을 때 김재철이 MBC 사장으로 임명될 것을 알았다”며 “이동관과 김재철의 친분을 알고 있어 이동관이 김재철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이동관 특보는 2009년 8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신설됐을 때 첫 홍보수석비서관으로, 2010년 7월 교체됐다.
검찰은 이동관 특보 때 국정원에 대한 청와대 요청이 특히 많았다고도 적시했다. 홍보수석실의 요청을 받아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관련 수사의뢰서’는 이동관 홍보수석 때 집중됐다. 또 검찰은 “국정원의 방송사 관련 문건은 대부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요청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며 “모두 방송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봤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보고서에는 ‘홍보수석실에서 보고서 문건 제목을 정해줬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국정원 직원이 “각 수석실 등 요청부서에서 제목 및 기한을 지정해줬다. 제목뿐만 아니라 중간 소제목이나 보고서 목차까지 지정해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했다. ‘손석희 등 좌편향 진행자 퇴출’ 등을 위해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접 방송국에 전화하는 방법이 있고, 이를 거부하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해서만 국정원과 공모해 문화방송 장악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하고 이동관 특보는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수사팀 사정을 잘 아는 한 검사는 “공소시효 및 혐의 입증 한계로 이 특보까지 닿지는 못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 특보의 관여 여부 등 세세한 사항이 당시 윗선(서울중앙지검장)에게까지 보고됐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검사는 “중요 사안의 경우 윗선에 수사보고서는 전달되지 않아도 구두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장은 “그동안 과거 국정원 문건 등을 토대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앞세워 방송장악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이동관 특보는 ‘보고받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갔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직접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들이 (이동관) 홍보수석실 지시로 문건 작성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증언한 것”이라며 “이 특보는 직접 해명, 사죄하고 윤 대통령은 이 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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