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기후위기 해결사 바다
'기후변화'는 신조어 제조기다. 한반도 기후를 일컫는 '삼한사온'은 사라지고, '삼한사미(미세먼지)'나 '십한이온'이란 말이 유행이다. 최근에는 기후 관련 단어에 포비아(공포)를 붙여 '기후포비아'나 '장마포비아'란 말까지 쓴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겨울왕국 캐나다는 '열돔 현상'으로 수은주 49.6도를 찍고, 230여 명의 목숨까지 빼앗아갔다. 호주 산불은 반년간 꺼지지 않고 타오르며 오존 구멍도 뚫었다. 미국 서부의 기록적 폭염과 연이은 초대형 산불은 북미 국토 절반을 불태웠다. 끊이지 않는 유럽 서부 지역의 폭염, 폭우, 홍수가 한반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부 학자는 지구온난화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한다. IPCC 6차 보고서도 온난화 속도가 10년 이상 빨라졌다고 경고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2030 NDC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구 온도는 최대 2.9도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3도 상승 시나리오는 2100년 기근 사망자 300만명, 해안 침수 피해 인구 1억7000만명, 현존 생물종 50% 멸절이란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끔찍하다.
한반도가 기후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30년 기온 상승폭(1.22도)은 세계 평균(0.84도)의 약 1.5배로 나타났다. 최근 50년 바다 수온 상승폭(1.12도)은 세계 평균(0.52도)의 무려 2배에 육박한다고 한다. 최근 급증한 침수나 연안침식 피해도 기후재난의 단편이다. 한반도 기후위기는 적신호인데 우리나라 NDC 목표는 40%로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탄소중립 게임을 '야구'에 비유하면 공격(배출)과 수비(흡수) 둘 다 중요한 것 같다. 현 정부는 공격 선수인 산업계 부담을 줄여줬다. 그만큼 수비를 더 잘하면 된다. 수비 대표 선수는 바로 흡수원이다. 흡수원은 크게 육상 산림(그린카본)과 바다 식물 생태계(블루카본)로 나뉜다. NDC 흡수량만 보면 그린카본이 중요하지만, 블루카본의 활약도 절실해졌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400억t으로 추정된다. 대기 중 잔류(약 190억t)와 흡수(약 210억t)를 합친 양이다. 흡수 선수는 육상(약 110억t)과 바다(약 100억t)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연안은 국토 대비 수 %란 점에서 블루카본 가성비가 그린카본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블루카본이 중요한 이유다.
'블루카본' 용어는 2009년 국제사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만큼 연구 역사가 짧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탄소중립 대표 수비 선수가 됐다. 2013년 국제사회(IPCC)는 블루카본을 탄소 감축원으로 공식 인정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인정된 블루카본(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에는 '갯벌'이 포함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면적이 큰 갯벌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갯벌'을 포함한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이 글로벌 기후위기 시대 특급 구원투수로 거듭나기를 응원한다.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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