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잡는 갯벌…車 20만대분 빨아들인다
김종성 서울대교수 기조발표
국내 갯벌, 年 48만t 탄소 흡입
30년 소나무 7천만그루 맞먹어
산호·미역도 탄소흡수력 높아
미국과 공동 연구개발 추진
인류가 당면한 과제인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블루카본'에 주목해야 한다는 과학계 제언이 나왔다. 블루카본은 해양 생물이나 식물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다. 해양은 이미 대기 중 이산화탄소 총량보다 약 60배 많은 양을 저장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모든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저장해도 현재 해양이 갖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1% 정도만 증가할 정도로 저장 가능량이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 영토 3면을 둘러싸고 있는 갯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난 3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2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기후위기 적용 전략, 블루카본'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약 2489㎢에 달하는 국내 갯벌이 연간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 양은 최대 48만t에 이른다"며 "이는 자동차 약 20만대가 해마다 내뿜는 분량에 맞먹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30년 된 소나무 약 7340만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도 같다"며 "이 나무들이 차지하는 땅의 면적을 감안할 때 갯벌은 면적 대비 가성비가 상당히 높은 탄소 흡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분석은 김 교수팀이 2017~2021년 5년간 연구해 얻은 결과다. 갯벌에 사는 다양한 식물은 살아가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식물이 죽으면 육상에선 분해돼 대기로 탄소를 방출하지만 갯벌에선 상황이 다르다. 갯벌로 빨려 가며 침적된다. 갯벌은 산소가 매우 부족하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이산화탄소는 매우 느리게 분해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대기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퇴적층에 저장된다. 김 교수팀은 국내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처음 밝혀냈다.
그러나 아직 갯벌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정의하는 블루카본에 포함돼 있지 않다. 관련 연구가 부족했던 탓이다. IPCC가 인정한 블루카본은 아열대에서 자라나는 관목을 뜻하는 맹그로브, 바닷속 해초류가 자라는 곳을 뜻하는 잘피림, 염습지 등 3가지다. "맹그로브는 국내에 없고, 잘피림과 염습지 면적이 매우 작다."
한국으로선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블루카본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엔 IPCC 지침 내 블루카본에 갯벌이 포함되도록 한다는 전략도 담겼다. 김 교수는 "갯벌은 학계에서 정리한 과학적 블루카본 기준에 부합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될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김동욱 SK하이닉스 수석연구원과 남정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신경훈 한국해양한림원 부회장(한양대 교수), 신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이성미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정책개발실장, 케네스 렁 홍콩시티대 교수 등 전문가 100여 명이 블루카본을 통한 탄소중립 대응법을 논했다.
이번 포럼 화두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블루카본 후보군이다. 산호초나 굴 패각, 식물성 플랑크톤 등이 후보군으로 제시됐다. 여러 후보군 중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은 해조류다. 해조류는 미역이나 다시마같이 꽃을 피우지 않고 물속에서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다. 한국은 해조류를 연간 172만t 만들어내는 세계 3위 해조류 생산 국가다.
해양수산 분야 국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오운열 원장은 "해조류의 광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 메커니즘을 활용해 해조류를 새로운 블루카본으로 발굴하고 있다"며 "미국과 공동으로 해조류 블루카본 R&D 기획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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