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검단 붕괴사고…GS건설이 짓는 아파트 괜찮을까?
5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결과를 보면,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총 세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했다.
기둥과 슬라브가 직접 연결되는 무량판 구조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은 누락됐고, 전단보강근을 떠받치는 콘크리트 강도는 기준치에 못미쳤다. 그 위에 설계 범위를 넘어서는 초과 하중까지 가해지며 붕괴 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전단보강근·콘크리트·초과하중… 붕괴 원인 세가지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전단보강근’의 누락이다.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은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무량판 구조에서는 하중을 분산할 보가 없이 기둥이 슬라브를 직접 지지해야 하기 때문에 ‘뼈대’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설계→감리→시공 각 단계를 거치며 실제로 배근된 전단보강근 갯수는 점점 줄었다.
구조사가 작성한 구조설계도에 따르면, 붕괴 위치 주변에 있는 32개 기둥 모두에 전단보강근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건축사가 구조설계도를 구조도면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15개 기둥이 전단보강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공사는 구조 도면을 현장 노동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철근작업상세도(샵드로잉)로 바꿔줘야 하고, 감리업체는 이러한 작업상세도를 확인·승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시공사와 감리업체 모두 이러한 변경 사항을 잡아내지 못했다.
나머지 17개 기둥도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32개 중 붕괴돼 확인이 불가한 기둥을 제외하고는 8개 소 중 4개소는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이 누락됐다. 사조위는 구조설계도 상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370개 기둥 중 실제 시공된 기둥은 78개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만약 전단보강근을 둘러싼 콘크리트가 충분히 튼튼했다면, 붕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가 난 A-3 구간의 콘크리트 강도는 16.9MPa였다. 설계기준 강도(24Mpa)는 물론, 균열 등을 감안해 ‘설계 기준 강도의 85%’로 하향 조정한 안전성 기준(20.4mPa)보다도 낮게 나타난 것이다.
전단보강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저하로 전단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까지 가해졌다. 조경 공사 과정에서 설계값인 높이 1.1m를 뛰어넘는 최대 2.1m의 토사가 적재된 것이다.
홍건호 사조위 위원장은 “원래대로라면 슬라브 위에 일정한 높이로 토사가 쌓여야한다”면서도 “공사의 편의성을 위해 토사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특정 구간에 설계보다 과다한 하중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짓는 83개 현장 전부 점검키로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이 총체적으로 문제였다”며 “각 주체가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또 “위반 사항이 처벌에 이르는 정도라면 영업정지 처분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해당 단지 지상부를 포함해 GS건설이 시공 중인 83개 현장 전체를 모두 점검한 뒤, 8월 중 처분을 발표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이날 조사결과 발표 직후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붕괴를 막지 못한 것은 GS건설 답지 못한 부끄러운 실수”라며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설계사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실수를 범했을 때 크로스체크 등을 통해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한 안일한 대처에 그친 결과”라고 했다. 사고의 일차적 책임을 설계사에 떠넘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조위에 따르면 전단보강근 누락은 설계 단계 뿐 아니라 시공 단계에서도 이루어졌다.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는 불법 하도급 정황 또한 확인됐다.
김 정책관은 “사고 지점 시공팀 12개 중 4개팀 팀장이 일감을 일괄수령한 후 하청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임의로 배분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 부분이 불법하도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수사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콘크리트 품질 미흡도 문제다. 만약 사고 지점이 아닌 곳에서도 강도가 충분하지 않는 콘크리트를 타설한 정황이 확인되면, GS가 시공중인 다른 현장에서도 재시공 요구가 터져나올 수 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한건축학회와 함께 콘크리트 강도에 대한 정밀안전점검에 나선 상태다.
홍건호 사조위 위원장은 “래미콘 품질을 검토하는 ‘받아들이기 검사’에서는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치를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이는 온도 등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한 표준양생 결과로, 실제 현장에서도 강도가 똑같이 좋게 나타날 것이라 보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원재료가 싱싱하다고 해도 요리사가 잘못 요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