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고성산불 손배소·구상권 1심 종료…피해보상 매듭 가능성은
다툴수록 이재민 고통만 가중…구상권 청구 결정도 신중해질 듯
올해 3월 발생 강릉산불 등 유사 사건 '나침반' 역할 전망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19년 4월 강원 고성산불 피해 당시 정부가 이재민에게 지원한 재난지원금 등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간 다툼에서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민 보상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구상권 소송이 한전의 이재민 보상과 간접적으로 연결돼있던 데다 이번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한전이 이재민에게 피해보상금을 마저 지급한다면 이재민과 한전 간 민사소송도 법정 다툼의 연장 없이 확정 또는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춘천지법 민사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5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반대로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비용상환청구 소송에서 한전(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다툼을 벌인 총 400억원 중 한전이 정부에 대한 비용상환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급 근거나 비용상환 근거가 없는 부분을 제외한 300억원 중 60억원(20%)만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전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이재민들에게 지급을 중단하고 구상유보금으로 묶어뒀던 242억원은 지급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전은 2019년 12월 31일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의 60% 보상 합의를 근거로 이재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이후 행안부가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전은 구상권 청구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자 피해보상 문제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한전이 '이중 변제' 문제를 들어 이재민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중단하고, 구상유보금 242억원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민들은 한때 정부 지원금 등으로 구매한 트랙터를 반납하며 정부의 구상권 청구방침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4·4산불비상대책위가 한전을 상대로 낸 2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올해 4월 법원이 '한전이 이재민들에게 87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피해보상 문제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하지만 지난 4월 이재민과 한전 간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과 이날 한전과 정부 간 구상권 소송의 1심 판결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보상 문제가 매듭지어질 가능성도 있다.
1심을 통해 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주장을 확인한 만큼 항소심에서는 다툼보다 조정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다툴 경우 이재민들의 고통만 가중된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은 이번 소송의 항소 여부와 법리적 검토, 이재민들과의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상유보금 242억원의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고, 이재민들은 이번 소송 판결을 자세히 살펴본 뒤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상권 소송은 올해 3월 발생한 강릉산불이나 앞으로 있을 유사 사건에도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춘천지법은 한전이 이미 이재민에게 지급한 보상금과 중복해서 정부가 지급한 비용을 구상권 범위에서 제외하면서 사회보장적 성격의 지원금까지 원인 제공자에게 비용상환을 청구하는 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재민과 한전 간 손해배상 소송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 속초지원이 '국가 또는 지자체 지원금은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지원되는 것이므로 한전이 부담해야 할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지원금이 손해배상의 일부로서 지급됐다면 아무런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국가나 지자체가 배상금의 일부를 분담할 이유가 없고 원인자가 부담하는 게 맞지만, 손해를 구체적으로 산정해 지급한 것이 아니라면 원인자가 부담할 의무가 없고 중복으로 지원된 금액 역시 원인자에게 비용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상권의 행사 여부가 정부나 지자체의 '재량권'인 만큼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전액이 인용되지 않고, 법정 다툼이 길어질 경우 그 고통이 이재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구상권의 행사 여부는 더 신중하게 다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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