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게릭의 연설 이은 사라 랭스의 외침 “포기하지 않는다” [포토]
야구팬들에게 7월4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날일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영구결번된 선수는 누구일까?
1925년 6월부터 1939년 4월까지 2130경기 동안 연속해서 출장(이 기록은 1995년 9월 칼 립켄 주니어가 깰 때까지 유지되었다)했던 이 선수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루 게릭이다. 마지막 경기 이후 곧장 병원을 찾은 그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 게릭의 사망 후 루게릭병이라 불리게 되었다) 진단을 받았다. 남은 수명이 길어야 3년이란 선언과 함께.
루 게릭의 병세가 6월19일 대중에게 알려졌다. 양키스 구단은 죽어가는 전설의 강타자를 위해 은퇴식을 마련했다. 철마(쇠로 된 말)란 별명으로 불렸던 루 게릭은 1939년 7월4일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의 꽉 메운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저하다 마이크 앞에 섰다. 연신 눈물을 닦았다. “팬 여러분 최근 2주 사이에 저에 관한 나쁜 소식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7년 동안 저는 야구장에서 여러분들의 호의와 격려를 받아왔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연설을 남겼다.
루 게릭은 구단 단장, 감독, 동료, 관중뿐만 아니라 당시 양키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뉴욕 자이언츠 선수들, 그리고 야구장의 관리인까지 언급하며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으며 자신은 행운아였다는 뜻을 전했다. 이 연설을 야구계의 게티즈버그연설이라 부른다.
루 게릭은 그 후 병마와 싸우던 끝에 1941년 6월2일 세상을 떠났다. MLB 사무국은 6월2일을 루 게릭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 7월4일은 루 게릭 연설 84주년이며 이날 뉴욕 양키스 구단은 또 한 명의 특별한 야구계 인사를 경기장에 초청했다. 사라 랭스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저널리스트 겸 분석가(통계전문가)로 일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자신이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음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양키스는 사라 랭과 다른 6명의 루게릭병 환우를 초청했다.
랭스는 시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데일리 뉴스와 CSN 시카고에서 인턴을 거쳤고 2015년에 스포츠 콘텐츠연구원으로 ESPN에 입사했고 2018년에 수석연구원이 되었으며 2019년엔 MLB에 합류했다. 랭스는 MLB 또는 그의 SNS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대한 해박하고 정통한 정보와 견해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해 3월 30일에 MLB 닷컴을 통해 랭스는 메이저리그 개막전 분석 기사 ‘개막전을 앞두고 똑똑해 보이고 싶나요? 여기 팀별 핵심통계 하나씩을 소개합니다’를 올렸다. 이 기사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우 트레아 터너를 주목하면 되는데 터너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2006년 한국의 이승엽과 함께 WBC 단일 대회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우는 쇼를 선보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터너의 5개의 홈런은 미국 대표팀 선수의 WBC 통산 최다 홈런이기도 합니다. 터너의 11타점은 단일 대회에서 세 번째로 많은 타점이며, 데이비드 라이트의 15타점에 이어 미국 대표팀 통산 2번째로 많은 타점입니다”라고 썼다. 4월10일 시즌 2호째 홈런포를 쏜 김하성의 타구에 대해 사라 랭스는 스탯캐스트로 타구를 측정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5번째로 낮게 들어온 공을 걷어 올렸다고 썼다. 랭스는 이날 김하성이 때린 공은 지면에서 약 25cm 위에 있었다고 했다.
랭스는 양키스 구단이 마련한 기자회견 겸 행사에서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야구는 멈추지 않습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매일 계속됩니다. 그래서 저에겐 야구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저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을 뜻합니다. 저는 야구를 사랑합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처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걸린 젊은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 게릭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루 게릭처럼 생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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