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경색 속 열린 차관급 대화···대만 문제 등 논의

박은경 기자 2023. 7. 5. 17: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왼쪽)는 4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면담 및 오찬을 했다. 사진 외교부

대만 문제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관계가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이 차관급 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대화가 한·중관계 해빙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대만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는 4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면담 및 오찬을 했고, 이어 오후에는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만났다.

한·중 외교 고위급 대면 회담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5월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국장급)이 서울에서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만났지만 이는 실무급 교류다.

이번 면담은 양국 관계에 파열음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뤄진 차관급 면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해협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 입장 표명을 하고, 지난달에는 싱 대사가 “중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강압적 발언을 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됐다.

양국 외교부 발표문을 종합하면 한국 측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역할 촉구에 공을 들이고, 중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수교 당시 한·중 수교가 한반도 정세의 완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을 확신한 바 있음을 상기하고 양국 간 북핵 문제 관련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중국 측 발표문은 대만 문제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쑨 부부장이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와 연결된다”고 강조하고, 한국 측이 반드시 이 원칙을 준수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보는 “한국이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왔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최 차관보가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돼 왔음을 확인했다고 적시했다.

중국 측이 대만 문제를 ‘핵심 및 중대 이익’이라며 양보 불가 방침을 밝힌 점으로 볼 때 대만 문제가 양국 관계를 푸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과 해빙 무드를 보이는 미국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쑨 부부장과 최 차관보가 “중·한관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건강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이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국에 책임을 전가해 온 중국이 ‘공동 추진’을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차관급 대화가 한·중 장관 회담 등 다른 고위급 대화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오는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첫 대면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친강 위원의 ARF 참석 여부를 포함한 구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ARF 계기 양자회담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