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의 재발견
선진국 '건국 공신' 다수 배출
기업가정신박물관 건립해
청년들에 희망 보여주자
지난주 휴가 때 둘러본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이곳에 위치한 옛 지수초등학교는 한국 대표 기업 창업가인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등 회장들이 다닌 학교다. 학교 건물만 남겨놓은 채 기업인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K기업가정신센터'로 꾸며놨다. 이민화(메디슨) 조현정(비트컴퓨터) 장흥순(터보테크) 이해진(네이버) 김범수(카카오) 등 벤처창업자들의 도전과 역경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한국만의 기업가정신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주 인근에서 활약했던 남명 조식(南冥 曺植·1501~1572) 선생의 사상을 이어받은 경영정신은 독특하다.
퇴계 이황과 함께 영남학파 거두인 남명 선생은 실천을 중시한 경의(敬義)사상을 설파한다. 남명 선생은 승산마을 출신 창업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실제로 경의사상은 삼성의 사업보국과 인재 양성, LG그룹의 도전정신과 인화정신으로 이어진다.
K기업가정신센터 바로 옆 건물 '상남관'에서도 한국 기업가정신을 살필수 있다. 정주영 신격호 박태준 김우중 등 국내 기업인 평전을 비롯한 기업가정신 관련 서적 5000여 권을 모아놓은 전문도서관이다. 승산마을은 다수의 기업인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승산마을 일대는 가히 한국 기업가정신의 성지다.
2018년 7월 한국경영학회와 매일경제신문이 진주 일대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정권에선 기업가정신 수도라는 게 탐탁지 않았다. 기업인을 정경유착의 대명사로 몰고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그즈음 취임한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K기업가정신 성지로 탈바꿈시킨 공이 크다.
기업가정신은 국부 창출의 원동력이다. 경제 내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유도해 경제성장은 물론 일자리 증가를 이끄는 힘이다. 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도 국부 창출에 기여한 기업가정신 덕분이다. 창업자들은 선진국을 만든 공신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노동력과 투자가 늘지 않는 요즘, 혁신을 이끌어내는 기업가정신은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다.
기업가정신 확산은 국가의 의무다. 기업 성공 사례를 많이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나 상남도서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한국 대표 기업들의 기업가정신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 오사카 소재 기업가박물관처럼 대표 기업인들의 창업 과정과 경영이념을 소개하고, 당시 제품과 유품도 전시하면서 교육도 맡아야 한다.
기업가의 성공 사례를 학교에서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사업에 도전해 성공하면 의사나 변호사 이상으로 소득을 얻고, 더 야심 찬 일이 많다는 걸 알려야 한다. 그래야 의대 같은 특정 학과 쏠림현상도 막을 수 있고 사교육 문제도 풀 수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기업가정신을 담으면 금상첨화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학교에서만 다룰 게 아니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처럼 군에서도 기업가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승산마을 탐방도 권장할 만하다. 휴가 때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진주에 가보길 바란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호암 이병철이나 아산 정주영보다 국부를 더 늘리는 주인공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맹활약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엊그제 킬러규제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기업가정신 성지도 둘러보면 대한민국을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넘치는 국가로 만든 1호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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