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플립4, 135만원→0원…‘휴대폰 성지’ 신도림 테크노마트 가보니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5·플립5 신제품 공개일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동통신사가 일부 유통 채널에서 재고 소진을 위한 불법보조금을 대량 살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 스마트폰이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5일 오후 ‘휴대폰 성지’(불법보조금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판매·대리점)로 불리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를 찾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한 판매 직원이 “여기가 제일 싸요. 뭐 찾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물었다. 9층 전체를 한바퀴 크게 돌아본 뒤 상담받을 대리점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직원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대리점에 앉아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기기변경으로 Z플립4를 보러 왔다고 하니 직원이 기자에게 자연스레 계산기를 내밀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는 의미다. 이곳에서는 가격을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따른 불법지원금 신고를 막기 위해서다.
기자가 계산기에 ‘0’을 누르자 직원이 고개를 저으며 ‘20만원’을 찍었다. 이동통신사 변경(번호 이동) 조건이 아닌 기기변경만으로는 0원에 구입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갤럭시Z플립4의 공식 출고가는 135만3000원이다. 출시한지 일년 밖에 되지 않은 핸드폰을 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꽤 쏠쏠한 제안이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공짜폰’ 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기에 다른 매장에서 상담을 더 받아보기로 했다.
두번째로 방문한 매장에서는 기자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직원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역시 계산기부터 내밀었다.
첫번째 가게와 마찬가지로 ‘Z플립4, SK, 현금완납’을 희망한다고 말하며 0원을 적어냈다. 계산기를 받아든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스마트폰과 계산기를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이번에는 17만원을 찍어 기자에게 보여줬다. 이전 매장과 마찬가지로 월 9만9000원 요금제는 6개월, 각종 부가서비스는 2개월 가량 유지해야한다는 조건이었다.
이전 상담 대비 3만원 저렴해진 가격에 대해 의문을 가지자 “이곳 가게들끼리 1~3만원 싸움이기 때문에 최대한 손님이 알아온 가격까지 맞춰주려고 한다”며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웬만하면 통신사 이동을 추천드린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오늘 Z플립4 시세 기준 기기변경은 17만원에, 번호이동은 0원에 가능하다”며 “다만 시세는 매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내일 오시면 이 가격에 못해드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상담까지 받자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방문한 세번째 매장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11만원에 Z플립4를 판매한다는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직원은 “플립5 출시를 앞두고 최근 고객님처럼 휴대폰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기기변경만 할 경우 이 가격이 아마 여기서 제일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갤럭시 신제품 출시일이 가까워질수록 새 휴대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지금은 사실 전작인 Z플립4 사기엔 좀 늦은 경향이 있다”며 “스마트폰을 사기 가장 좋은 시기는 재고 소진을 시작하는 시점으로 신제품 출시 3개월 전이거나 신제품 출시 후 6개월 뒤가 가장 좋다”고 귀띔했다.
휴대폰 매장 대여섯 곳을 방문해 상담해본 결과 갤럭시 S23의 가격은 -10만원에서 10만원까지, Z플립4의 가격은 0원에서 20만원까지 형성돼 있었다.
부모님 휴대폰을 사드리기 위해 친구와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는 20대 대학생 이모씨는 “갤럭시S23 제품을 공짜로 사간다”며 “사실 기변, 현완 등 이런 전문 용어를 잘 몰라서 이쪽 잘 아는 친구와 함께 방문했는데 공짜로 핸드폰을 사가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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