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상4리의 ‘기적’…농촌 마을, 귀농 인구 늘어 행정리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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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소멸 위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산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로 마을이 사라지고 행정구역 통폐합이 빈발하는 요즘, 충북 증평군에는 인구 증가로 행정구역을 쪼개 새 마을(행정리)이 생긴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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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소멸 위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산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로 마을이 사라지고 행정구역 통폐합이 빈발하는 요즘, 충북 증평군에는 인구 증가로 행정구역을 쪼개 새 마을(행정리)이 생긴 곳이 있다. 증평군 증평읍 덕상4리다.
지난달 27일 증평군의회에서 덕상2리 행정구역 조정(분구)을 의결해 오는 7일 덕상4리가 공식 출범한다. 2003년 8월 괴산군에서 독립한 증평군은 현재 인구가 3만7천여명으로, 충북에서 8번째다. 김성준 증평군 행정팀 주무관은 “군이 생긴 뒤 지금까지 아파트·공동주택 단지 개발로 인위적 행정리 13곳이 생겼지만, 순수한 인구 증가로 마을이 쪼개져 행정리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요즘 같은 지방 소멸 시대에 시골에선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찾아간 덕상4리는 진천읍에서 4㎞ 남짓 떨어진 전원 마을로 귀농·귀촌인과 원주민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었다. 마을 들머리는 벽돌담에 낡은 기와를 얹은 예스러운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지만, 뒤편 언덕을 따라선 새로 지은 전원주택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는 어른과 아이들이 서로 아는 체하며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정겨웠다.
임승봉(58) 입주자협의회장과 함께 경로당 문을 열었더니 주민 민병찬(62)씨가 빵·감자를 내민다. “웬 빵이우. 살찔까 봐 안 먹는디 커피나 한잔 주쇼”라고 임씨가 타박하자 “싫으면 둬. 나 먹을 것도 모자라”라며 민씨가 웃는다. 둘은 2014년 12월 마을이 조성되자마자 청주에서 이사 온 입주 1세대다.
애초 마을은 벼·고추·사과 등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2013년까지 33가구 63명이 옹기종기 살았다. 임씨는 “마을 출신 건설업자가 어머니를 모시려고 주변 택지를 마련하다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었는데 지금처럼 성장했다”고 말했다.
마을이 커진 것은 귀농·귀촌 때문이다. 2014년 35가구 74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5가구 137명이 입주했다. 이웃 청주, 증평 읍내뿐 아니라 대전, 경기 의왕·안산 등에서 온 40~60대 외지인들이 조화를 이뤘다. 마을은 원주민 9가구 17명까지 더해 64가구 154명으로 커졌다. 전업 귀농이 6가구이고, 나머지는 마을 주변 2천~3천㎡ 남짓 공유 텃밭에서 3~5가구가 어울려 농사를 지으며 도농 생활을 겸한다.
민병찬씨는 “병원·교육·문화·복지 등은 조금 아쉽지만 자연에 살면서 도시인처럼 취미·여가를 할 수 있는 ‘반자연인’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무엇보다 애들 소리가 마을을 생기 있게 한다”고 했다. 원래 있던 덕상2리는 새로 생긴 덕상4리로 주민이 빠져나가면서 22세대 48명으로 줄었지만 불만은 없다. 주영석(58) 이장은 “전부터 윷놀이, 여름 천렵 등을 하며 원주민·이주민이 한데 어우러져 잘 지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을 포함해 잇단 귀농·귀촌은 증평도 변화시킨다. 증평은 2020년 3만6807명이던 인구가 2021년 3만6426명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2631명이 귀농·귀촌하면서 인구도 3만7762명으로 반등했다. 증평은 오는 22일 덕상4리에 상수도를 공급하고, △귀농·귀촌인 임대주택 △귀농 창업·정착 자금 지원 △귀농·귀촌 센터 구축 등 귀농·귀촌 마을 지원을 늘려나갈 참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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