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집회 막는 경찰…‘용산 눈치’ 보며 시민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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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퇴근 시간대 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집회를 허용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하기로 했다.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 금지 방침에 법원이 연달아 반대 결정을 내려도 소송전에 열을 올리던 경찰이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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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경찰이 퇴근 시간대 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집회를 허용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하기로 했다.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 금지 방침에 법원이 연달아 반대 결정을 내려도 소송전에 열을 올리던 경찰이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경찰청은 5일 “이번 결정에 따라 집회가 개최될 경우 퇴근 시간대 집회 장소 주변 일대에 심각한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퇴근하는 시민들에게 큰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며 즉시항고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즉시항고로 상급법원에서 결정이 뒤바뀐다면, 결정 이후 열리는 집회는 기존 경찰 방침대로 금지된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민주노총의 퇴근 시간 도심집회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에 대해 “(집회가) 막대한 교통 소통의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효력을 정지했다. 경찰의 집회 금지가 과도하다고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애초 민주노총이 총파업 집회를 신고한 이달 7·11·14일 오후 5~11시 중 경찰이 금지한 오후 5~8시 시간대 집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의 이런 결정에도 경찰은 출·퇴근 시간대 도심 집회를 금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대회와 관련해 36건의 집회·행진 신고를 했으나 28건에 대해 전체 또는 부분 금지 통고를 받거나 제한 통고를 받았고, 그 중 한 건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민주노총은 법원 판결을 토대로 경찰과 협의를 거쳐 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추가 집행정지 신청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금지통고한 집회에 대해 재검토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정보국 관계자는 “신고한 집회 장소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금지통고한 입장은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민주노총 집회와 관련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도 경찰이 즉시항고한 것은 처음으로 안다”며 “출퇴근 시간에 집회를 일률 금지하고자 하는 선례를 남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고제로 보장받는 집회를 교통방해를 들어 금지하고 일일이 법원의 판결을 구하도록 하는 경찰의 태도는 용산 대통령실 집회 금지 행태와 비슷해, 결국 ‘용산 눈치보기’로 집회의 자유를 옥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은 관저가 아니기 때문에 100m 이내는 집회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도 경찰이 소송을 유지하며 집회를 금지·제한 중이다.
경찰청은 2018년 전국적으로 금지된 집회가 9건이라고 밝혔으나, 인권단체 모임인 공권력감시대응팀 분석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안에서 신고된 집회 중 금지통고를 받은 집회만 327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대통령실 인근 집회 신고 건이다. 이에 집회 주최자들은 ‘경찰 금지통고→법원의 ‘금지통고’ 금지 결정→집회 개최’라는 단계를 거쳐 집회를 열고 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출퇴근 시간대를 특정해 집회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집회를 특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라며 “집회를 열기 위해 소송으로 돈과 시간을 쓰게 만드는 등 주최자들을 괴롭히는 방식을 경찰이 용산 집무실 앞 집회에 이어 또다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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