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노역 배상 공탁 불수리 적법성, 판사가 심리(종합)

신대희 기자 2023. 7. 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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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 신청 불수용
민사 단독 재판장, 불수리 적법 여부 서면 심리
3자 변제안 적법성 두고 법적공방 장기화 전망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정부가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강제노역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낸 공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이의를 신청했으나 불수용됐다. 이로써 공탁 불수리 결정의 적법 여부는 민사 사건 법관이 심리한다.

정부가 강제노역 피해자 동의 없이 강행한 제3자 대위 변제안의 법적 효력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은 5일 양금덕(94) 할머니 배상 판결금 공탁 불수리 결정에 대한 정부의 이의 신청을 '이유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해당 신청 사건을 민사 44단독(강애란 판사)에 배당했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지난 3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공탁 신청을 불수리했다.

강제노역 피해자인 양 할머니가 3자 변제안을 거부한 만큼, 민법상 3자의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법 469조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또 공탁관은 공탁 규칙 48조상 불수리 결정 권한을 가진다.

외교부와 재단은 지난 4일 "형식상 요건을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3자 변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한 것은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공탁관 처분에 이의를 신청했다.

공탁관은 이날 '이의 신청의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 사건 기록은 광주지법 민사 44단독으로 넘겨졌다. 재판장이 공탁관의 심사 범위와 공탁 불수리 결정의 적법 여부를 서면으로 심리한다.

재단은 공탁 불수리 이의 신청이 최종 기각될 경우 항고할 수 있다.

이 절차를 거쳐 공탁이 받아들여지더라도 3자 변제안의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제노역 피해자 측이 공탁 무효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다.

피해자가 반대하는 상황에 채무자(일본 전범 기업)가 아닌 정부 산하 재단(이해관계 없는 3자)이 배상하는 것은 민법상 불가능하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공탁관이 3자 변제가 허용되지 않는 근거를 토대로 불수리 결정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바 있어 이 사건 심리와 결정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 3월 대법원 손해배상 확정판결(2018년)을 받은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15명의 판결금(일본 전범 기업의 불법 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 위자료)을 전범 기업 대신 행안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지급한다는 3자 변제 해법을 내놨다.

발표 이후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이 해법을 수용했지만,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양 할머니와 이춘식(102) 할아버지, 고 박해옥·정창희 유족 등 강제노역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재단에 일본 측의 사실 인정과 사과가 없는 3자 변제안을 수용할 뜻이 없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외교부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일본 전범 기업의 채무를 면제해주려고 급하게 배상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가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상속인이 아닌 숨진 피해자(피공탁자가 될 수 없음)를 대상으로 공탁을 신청하거나 필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잇따라 보정 권고·불수리(박해옥)·반려(이춘식) 처분을 받고, 재신청했다.

양 할머니의 법률 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는 "정부가 공탁 사유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고 (강제노역) 피해자의 채권을 소멸시키려고 안달이 난 모양새"라며 "판결금 공탁 불수리 결정은 재단이 3자로서 변제할 자격과 공탁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3자 변제안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도 "정부의 무리한 공탁 신청은 비상식적이다. 당사자인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3자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정한 민법에 따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은 무효이자 위법"이라며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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