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지분 쪼개기 막자” 개정안 논의하는 사이… 쪼갠 상가 26개나 팔렸다

오은선 기자 2023. 7. 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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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을 중심으로 속칭 '상가 쪼개기' 꼼수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사이 부산에서 이미 쪼갠 상가가 26개나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사업성을 낮출 뿐 아니라 분담금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방지 대책이 시급하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합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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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개 쪼개기’ 부산 대우마리나 상가, 벌써 26개실 팔려
지난달 ‘상가 쪼개기’ 막는 법안 발의됐지만 진행 멀어
강남구는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정해 꼼수 막기도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을 중심으로 속칭 ‘상가 쪼개기’ 꼼수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사이 부산에서 이미 쪼갠 상가가 26개나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사업성을 낮출 뿐 아니라 분담금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방지 대책이 시급하지만, 현재로서는 딱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합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1차’ 아파트 지하 상가 1실을 사들인 한 법인은 이 호실을 123개로 쪼개 매도 중이다. 전용면적 1109.59㎡ 1실로 이뤄진 이 상가는 지난해 10월 각 전용 9.02㎡ 총 123실로 구분등기했는데, 등기부등본상 이 중 26개가 이미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모습 / 독자 제공

이 법인의 ‘상가 쪼개기’ 수법으로 전체 상가 175실 중 지하상가주만 123실이 됐다. 아파트 단지 전체 재건축은 지하 상가주 모두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해당 지하상가 1실은 이미 팔린 26개를 제외하고 97개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주인은 법인 한 명이 된다.

상가 관계자는 “등기부등본 상에는 26개 소유주만 변경돼 있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서는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와 앞으로는 소유주 변경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은 조합원 권리산정일이 사전타당성 통과 통보일이기 때문에 쪼갠 상가가 더 매도되기 전 사전타당성 통과를 최대한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주택·토지의 지분 쪼개기를 규제하고 있지만, 상가 분할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런 문제로 부산 대우마리나를 비롯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도곡동 개포우성5차, 서초동 진흥아파트 등이 상가 지분 쪼개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상가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논의 중에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6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때 상가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권리산정 기준일 대상에 ‘집합건물 전유부분의 분할로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증가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권리산정일 이후 지분 쪼개기로 상가를 산 사람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도 논의를 거친 상태다.

그러나 개정안 처리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미 쪼갠 상가들이 하나 둘 팔리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쪼갠 상가를 매도 매수하는 일을 규제할 수 없다. 상가 소유주들도 주민들에게 알려서 상가를 더 이상 사고팔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상가에 대한 과대광고는 문제삼을 수 있어도 매도 자체를 막는 것은 어렵다.

대우마리나 상가 관계자는 “강남구는 상가 쪼개기가 성행한 아파트를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역으로 지정해 3년간 토지 분할 행위가 제한됐는데, 그런식으로 하지 않는 이상 지금 매도되는 상가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의된 법안은 아직 전체회의에도 상정이 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법안들이 많이 밀려있기 때문에 언제 절차를 거쳐 통과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정안이 국토부의 의견이긴 하지만 일정은 국회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조합원이 늘어나게 되면 분담금이 더 늘어나고, 재건축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소급적용도 당연히 안 되고, 빨리 법안이 진행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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