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나선 ‘묻지마 폭행’ 피해자…기억 속 당시 상황은?
"자해한 것 아닌가요?"
지난 4월 부산의 한 노래주점에서 60대 여주인을 무차별 폭행해 코뼈와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박 모 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남긴 말입니다. 참다 못한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는데요. 피해자가 기억하는 그 날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 끝까지 범행 부인한 가해자…피해자, 직접 법정 나서
박 씨는 현행범으로 붙잡혀 경찰 수사를 받는 내내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자해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피가 튀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줄곧 범행을 부인하던 박 씨, 지난 5월 31일 열린 첫 재판에서 처음으로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일행과 술을 마시다 혼자 남게 돼 귀가를 준비하던 중 상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돈을 찾다 보이지 않자, 피해자가 술값 결제를 위해 돈을 꺼내 간 것으로 착각해 폭행했다는 겁니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다 끝내는 자신의 범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린 박 씨. 분노한 피해자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 피해자 얼굴엔 그 날의 상처 여전…'전치 6주' 공소장 변경
피해자 요청으로 증인 신문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석 앞에 불투명한 가림막이 세워진 뒤 법정에 들어섰는데요. 이 때문에 피해자와 박 씨는 서로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곧 이어 증인 신문이 시작되자 피해자는 쓰고 온 마스크를 벗고 재판부에 얼굴을 내보였는데요. 방청석에서 바라본 피해자의 얼굴에는 그 날의 상처가 여전했습니다.
얼굴 곳곳을 뒤덮었던 멍 자국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부러진 코뼈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 지지대를 붙인 상태였습니다. 폭행으로 부러진 갈비뼈도 잘 붙지 않아 허리에는 복대를 찬 모습이었는데요. 이날 검찰은 피해자가 추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소장에 나온 치료 기간을 전치 4주에서 6주로 변경했고 재판부도 이를 허가했습니다.
■ 폭행 사진에 방청석 '술렁'…피해자 "죽는 줄 알았다"
재판부는 원칙에 따라 피고인 측에 반대 신문 기회도 줬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이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며 반대 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검찰만 증인 신문에 임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에게 피해 상황을 확인하며, 폭행 직후 병원에서 촬영된 피해자의 얼굴과 몸 사진을 법정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충격적인 모습에 방청석이 일순간 웅성거리기도 했습니다.
이어 당시 상황에 관해 묻는 검찰에 피해자는 "죽는 줄 알았다"는 말로 입을 열었습니다. 맞고 쓰러져 기절한 뒤 정신을 차린 뒤에도 가해자가 자신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고 했는데요. 이유를 묻는데도 아무런 말도 없이 폭행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이러다 죽겠다' 싶어 눈을 감은 채로 기어나가 겨우 112에 신고했다고 말했는데요. 다른 곳이 아닌 좁은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 검찰, 박 씨에게 징역 5년 구형…다음 달 23일 1심 선고
입원 기간 병상에 누워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다친 피해자는 지금도 이비인후과, 흉부외과,신경외과 등 병원 여러 곳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정신적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피해자는 재판부에 "34살에 혼자 되어 아이들 먹여 살린다고 별짓 다 하면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이 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 잘못도, 이유도 없이 사람한테 맞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검찰은 피고인 박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박 씨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 단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또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구형 이후 박 씨는 재판부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겨 다시 한번 사과하고 지은 죗값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수감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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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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