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입장 바뀐 여야 ‘후쿠시마 괴담’…"이러니 믿겠나"
野 "반드시 저지"…與 "野, 괴담 선동정치"
여야, 2년 전 논란 땐 정반대 논리
"정치인에게 바라는건 신의" 자성 목소리도
[이데일리 박기주 이유림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에 따른 정치권의 괴담 공방이 거세다. 특히 해당 논란이 시작된 후 2년 만에 여야의 주장이 정반대로 뒤집히면서 다소 우스운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말 바꾸기 행보가 국회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최종보고서가 나온 지 2시간 만에 민주당이 말하는 소위 민간전문가들이 급히 검토했다면서 깡통보고서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IAEA 보고서가 자신들의 주장과 의견과 다르다며 ‘답정너 보고서’라고 몰아가고, 세계 최고 원자력 전문과학자들을 뇌물이나 받는 부패세력으로 선동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개탄스럽다. 총선 승리에만 매달려 혼란을 조장해 이익을 보려는 세력,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괴담 선동정치는 이제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내 몸에 독극물을 뿌린 것처럼 느껴진다’는 한 어민의 말을 전하면서 “아무리 좋은 포장지로 포장을 해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100% 대한민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모든 것이 일본의 각본대로 흘러가는데도 우리 정부는 완전 무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일본 전 지역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입법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방침을 밝힌 2020~2021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다는 ‘괴담’의 진원지는 국민의힘 측이었다. 지난 2020년 당시 제주지사였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2021년 의원총회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은 어떤 이유로도 타협할 여지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주장의 근거 역시 현재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염수의 농도를 낮춘다 해도 여전히 위험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고, 인접한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제재판소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했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은 현재 이와 동일한 주장을 하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문제에 대해 “일본의 주권적인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라며 방어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후임 정의용 장관도 2021년 대정부질문에서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현재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사실상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21년 IAEA 검증팀에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김홍석 박사를 파견했고, 이번 보고서에도 참여했다.
결국 여야는 상대 진영을 향해 ‘그 땐 찬성(반대) 하더니, 왜 지금은 달라졌느냐’는 공허한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바뀌니 서로의 입장도 바뀐다. 과학을 얘기하지만 국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과학이 아닌 신의와 공정, 용기”라며 “밥 한 공기 먹고, 회 먹고, 수조물까지 먹어도, 국민은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 희석되지 않는 정치인의 진영논리는 방사능보다 더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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