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녀 살인' 항소심도 사형 구형…50대 피고인 "살해한 적 없다"

검찰 "아무런 원한도 없이 살해…가족들 슬픔 헤아려달라"
피고인 "피해 모녀 해코지할 이유 없어…다시 판단해달라"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난해 부산에서 빌라 이웃 모녀에게 정신과 약물이 담긴 도라지물을 마시게 한 후 살해한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받았다. 이 여성은 "자신은 살해한 적이 없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부산고법 형사2-3부는 살인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A씨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아무런 원한도 없는 피해자들을 살해한 사건으로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살해 후 DNA를 지우려는 시도도 했다"며 "유족도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깊이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A씨는 1심에서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고, 항소심 들어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울분을 토하며 "정말 살해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피해자)을 해코지할 이유가 없다"며 "나에게 왜 이런 벌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조사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이런 벌을 주는 게 아닌가. 너무 억울하다"며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월12일 부산진구 양정동빌라에서 이웃주민 B씨(40대·여)와 C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손녀와 함께 피해자 집을 찾아와 B씨의 아들 D군에게 '몸에 좋은 주스'라며 도라지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도라지물에는 A씨가 복용하던 정신과 약물이 첨가돼 있었고, 이로 인해 D군은 15시간 동안 잠들었다.

그 사이 A씨가 B씨와 C양에게도 도라지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살해했다. 잠에서 깬 D군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A씨는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방안에 불을 내 시신 일부를 훼손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B씨의 귀금속을 훔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전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는 빈털터리다. 어디에서 도둑질하든지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는 끔찍한 말을 하기도 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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