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큐] '출생 미신고 아동' 수사 4백여 건으로 늘어...관련 쟁점은?

■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황보혜경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Q]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관련 경찰 수사가 4백여 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사라진 아기'들을 둘러싼 쟁점과 남은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봅니다.

사회부 황보혜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경찰의 출생 미신고 아동 수사 건수가 얼마나 늘어난 건가요?

[기자]

출산 기록은 있는데 출생 신고는 안 된 영유아를 찾는 경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기준 지자체에서 수사를 의뢰받은 사건 420여 건 가운데 4백여 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수사 건수가 하루 사이 160건 넘게 늘어간 건데요,

지역별로 보면, 경기 남부가 102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과 대전 38건, 경남이 33건입니다.

또 인천과 충남 29건, 경북 23건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숨진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4명 늘어서, 15명이 됐습니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부부 사이에서 지난 2015년에 태어난 아기가 병원에서 사망한 사례 등이 새로 확인됐습니다.

또, 현재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영·유아는 350여 명에 달합니다.

[앵커]

그간 언론에 보도됐던 사건 수사에서는 진척이 있습니까?

[기자]

4년 전 낳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여성 A 씨에 대한 경찰 수사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체포된 A 씨는 출산한 뒤 사흘간 집에 방치한 아기가 숨졌고, 시신은 대전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돌연 A 씨는 아기를 하천에 유기했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색 작업을 종료하고, 프로파일러 면담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했지만 A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불발됐습니다.

8년 전 숨진 아기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석방된 경기도 과천 50대 여성은 지역에 있는 선산에 시신을 묻었다고 진술해 경찰이 수색에 나설 계획입니다.

친모는 "아기가 다운증후군을 앓다 숨졌다"고 주장하는데, 경찰은 이 과정에서 학대한 정황은 없는지 살필 방침입니다.

또, 태어난 지 8일 된 아기를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이른바 '화성 영아 유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기는 물론, 아기를 데려간 사람들의 행방도 여전히 묘연합니다.

[앵커]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 상당수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졌던 것으로 확인됐죠.

그런데 어떻게 두고 갔느냐에 따라 혐의가 달리 적용될 수 있다고요?

[기자]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고 오는 것은 아동 유기에 해당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수사기관의 처분은 달라집니다.

두 엄마의 실제 사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3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 낳은 아기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맡겼습니다.

또 다른 30대 여성 B 씨도 지난 2015년 광주에서 딸을 출산한 뒤 경기 군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갔습니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보육시설로 넘겨져 탈 없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사례지만, 경찰이 내린 결론은 정반대였습니다.

먼저, 경찰은 A 씨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베이비박스 운영진과 충분히 상담했고, 아기를 키우기 힘든 어려운 사정이 인정됐다고 본 겁니다.

반면, B 씨는 아무런 상담 없이 아기를 두고 간 데다, 양육을 포기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봐서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앵커]

사법기관의 판단은 어떤가요?

[기자]

법원의 관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18년과 재작년 두 아이를 잇따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친모가 베이비박스 담당자와 상담을 거쳤고, 아이를 보호할 직원이 상주하는 곳에 아이를 두고 간 만큼, 버린 게 아니라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렵다거나 복잡한 입양 절차를 피하려는 이유로 아이만 베이비박스에 놓고 떠난 경우엔 대부분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아기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출생정보가 적힌 쪽지를 남겼어도, 아이를 버렸다는 재판부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앵커]

이처럼,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는데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불안해하는 부모들도 많다고요?

[기자]

최근 베이비박스 운영기관에는 과거 아이를 두고 갔던 부모들의 불안감 섞인 연락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혹시 자신도 처벌을 받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겁니다.

동시에, 아기를 불법 입양 보내려다가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양승원 / 주사랑공동체교회 사무국장 : 나중에 들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면서 전화하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또 불법입양을 보내면 문제가 되겠구나 싶어서 베이비박스로 데려오는 경우도 지금 있는 거고요.]

이런 가운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부모들에 대한 처벌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마지막 선택지로 베이비박스를 찾았던 부모들이 잇따라 처벌받는다면 오히려 아이들이 음지에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앵커]

그런데 영아 살해나 유기 관련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 피의자가 대부분 친모입니다.

아기가 태어났다면 친모뿐만 아니라 친부도 있는 건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기자]

앞서 4년 전 낳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여성 사건의 경우, 아이의 친부는 일찌감치 경찰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임신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데다, 경찰 조사에서도 큰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술,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집 냉장고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영아 2명의 친부 40대 이 모 씨도 경찰 조사에서 아내의 임신도 출산도 몰랐다고 일축했습니다.

경찰도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이 씨는 구속 송치된 부인과 달리, 검찰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지 8일 된 아기를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이른바 '화성 영아 유기 사건'에서도 경찰은 친모에겐 '영아 유기', 친부에겐 '유기 방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아기를 건네는 현장에 둘이 같이 나갔다고 인정했는데도, 엄마가 유기를 주도했고, 아빠는 상황을 지켜보는 데 그쳤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 경기도 과천시 영아 사체 유기 사건에서도 친모에게만 수사가 집중될 뿐, 친부인 남편은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앵커]

"같이 아이를 만들어서 낳아놓고, 버리면 엄마만 처벌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내용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나요?

[기자]

영아 살해나 유기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9년 동안 영아를 살해하거나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47명 가운데 남성은 78명, 17%로 집계됐습니다.

영아살해와 유기죄의 처벌 대상이 직계존속, 보통 부모인 것을 고려하면, 피의자 10명 가운데 친부는 2명도 안 되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부터 친모에게 초점을 맞추는 데다, 법률 조항마저 여성을 가해자로 전제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다 보니, 친모만 고스란히 책임을 지게 된다는 건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장윤미 /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 영아살해와 관련된 법 문구가 '치욕을 은폐하기 위함'이라고 해서 사실상 여성을 전제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고, 실제 입건 건수도 여성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 아닌가….]

친부도 아이를 함께 낳은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이런 영아 살해와 유기, 근본적으로 막을 방안은 없을까요?

[기자]

아기를 키울 여력이 안 되는 가정, 특히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 한부모가족에게 아동 한 명당 월 20만 원에서 35만 원을 양육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출생신고가 된 아동들에게 심사를 거쳐서 지원하는 방식이라서,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꺼릴 경우, 지원비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찾아내 공공기관이 임시 번호를 발급해서 긴급복지를 제공하는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 제도도 마련돼 있는데요,

관련 인력을 더 보강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돈이 많이 드는 임신부터 출산 과정에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미혼모, 미혼부에 대한 편견 등 사회의 시선이 달라져야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황보혜경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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