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조 대어' 국내 최대 의약도매업체 지오영 매물로
볼트온 전략 대표 사례...코로나19 특수로 외형 성장
국내 1위 의약품 도매업체인 지오영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인수한 지 4년여 만이다. 몸값은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력을 갖춘 유통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블랙스톤 인수 4년만에 매각 추진…최대 2조 전망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지오영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해 주요 자문사들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현재 지오영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로 지분 99.17%를 보유 중이다. 블랙스톤이 지주사의 약 71% 지분을, 지오영 공동창업자인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명예회장이 각각 22%, 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블랙스톤은 2019년 지오영의 전체 몸값을 1조1000억원으로 책정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희망 매각가로 전체 지분 기준 1조8000억원에서 2조원이 거론된다. 지오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2295억원, 영업이익 761억원을 기록했다. 연매출 기준으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1위에 올라 있다.
지오영은 대웅제약 영업본부장 출신인 이희구 지오영 회장과 인천병원 약제과장 출신인 조선혜 회장이 2002년 세운 회사다. 국내 약국의 80%를 거래처로 확보한 1위 사업자다. 올해 2월엔 국내 2위 도매업체인 백제약품의 지분 25%를 인수해 외형을 넓혔다.
의약품 도매 업체인 지오영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된 계기는 코로나19 초기 공적 마스크 공급을 둔 '마스크 대란'이었다. 전국 2만여 개 약국의 70%인 1만4000여 곳과 50여 개 대형 병원에 의약품을 유통 중인 지오영은 보유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공급 독점 권한을 확보했다. 실적도 코로나19 때 급상승했다. 블랙스톤의 인수 시점인 2019년 매출 2조9543억원, 영업이익 514억원을 기록했던 지오영은 2020년엔 매출 3조7409억원, 영업이익 721억원으로 실적이 급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진 지난해에도 매출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을 유지했다. 조 회장과 공동경영을 맡게된 블랙스톤이 주도한 볼트온(유사기업) M&A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오영은 2020년 암 진단과 파킨슨병 진단,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 등 방사성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듀켐바이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올해 2월엔 동종업계 2위 업체인 백제약품 지분 25%을 깜짝 인수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까지 마쳤다. 최근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 종합 헬스케어서비스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네 번째 FI 맞는 지오영…조선혜 회장과 동거 가능할까
지오영이 새 투자자를 최대주주로 맞으면 설립 이후 4번째 손바뀜이 일어나게 된다. 첫 도약은 2009년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골드만삭스PIA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다. 당시만해도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 1000여 개의 중소업체가 지역별로 난립하던 때였다. 지오영은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의약품 도매업체로는 최초로 광역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전국적인 영업망과 유통망을 갖췄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 케어베스트를 비롯해 성창약품, 동부약품, 남산약품, 연합약품 등을 인수합병(M&A)을 통해 흡수했다.
이후 골드만PIA에서 지오영 투자를 담당한 안상균 대표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창업해 2013년 독립하면서 해당 지분을 재인수했다. 2019년 한국 투자를 꾀하던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이 이를 인수하며 지금의 지배구조가 갖춰졌다.
이번 인수전엔 주요 의약품 공급업체와 국내외 대형 PEF들이 군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최대 네트워킹을 활용한 안정적인 현금흐름 측면에서 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보인 PEF들이 다수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잠재 인수후보들은 코로나19 이후 실적을 일회성 실적으로 간주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2대 주주이지만 블랙스톤으로부터 경영권을 보장받아 경영을 총괄해온 조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함께 매각할지 여부도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 사무소를 꾸리고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블랙스톤이 성공적인 회수 실적을 쌓을지도 업계에선 관심요인이다. 블랙스톤은 전체 운용자금(AUM)이 8800억달러(약 1144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PEF 운용사다. 한국에선 그간 별다른 투자 활동을 보이지 못했다. 2015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의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해 약 3억달러(3500억원)을 투자했지만 회사가 상장(IPO)에 실패하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번 지오영 투자 회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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