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유탄' 맞은 영국기업…보조금·단일시장 찾아 유럽행

김성식 기자 2023. 7. 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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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브렉시트'로 통관·검역 절차 생겨…납기일 못맞춰 생산시설 EU 이전
네덜란드 사업장 만든 영국기업 300여개…美·EU 친환경 보조금 살포 경쟁
2019년 5월 14일 런던 의회 의사당 밖에서 영국과 EU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영국이 국민투표를 거쳐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한 지 이달로 만 7년을 넘긴 가운데 영국기업들은 각종 친환경 보조금과 EU 단일시장을 찾아 독일·네덜란드 등으로 사업장을 대거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지난해 영국기업으로부터 170건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FDI란 외국법인이 국내 신규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국내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를 뜻한다. 반면 브렉시트 이전인 2015년 독일 무역투자청이 받은 영국기업의 투자 문의 건수는 50건에 불과했다.

인근 네덜란드도 영국기업이 대거 진출한 지역 중 하나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300개 이상의 영국기업이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마찰을 피하고자 네네덜란드로 사업장을 옮겼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러한 목적으로 자국을 찾은 영국기업을 아예 '브렉시트 기업'이라고 분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국 신규 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초 영국 내 기업 투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던 2016년 6월보다 약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프랑스(25%)·미국(21%)·독일(7%)이 보여준 증가폭과 확연히 대조되는 수치다.

영국기업이 일제히 유럽행을 택한 건 브렉시트 이후 이전에 없던 통관·검역절차가 생겨 EU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최대 공업도시인 맨체스터에서 2019년 생산된 수출상품 중 61%는 EU 회원국으로 수출됐을 정도로 영국기업의 EU시장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앤디 번햄 멘체스터 시장은 맨체스터 일대 기업인들 사이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기회 손실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흔하게 나온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번햄 시장은 "브렉시트로 이전에 없던 복잡성이 추가돼 기업인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며 "맨체스터 소재 기업들은 무역 중단을 피하기 위해 EU 내 생산시설과 사업장을 만들고 있지만 여력이 안 되는 기업들은 EU기업들과 사업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맨체스터 외곽에 위치한 방진부품 제조업체 파라트는 브렉시트 이후 통관지연이 속출해 납기일을 제때 맞추지 못하자 결국 독일 투자를 확대했다. 올리버 패럴 파라트 최고경영자(CEO)는 "무역 마찰을 없애기 위해 독일에 생산시설을 설립했다"면서 "맨체스터에서만 지난 5년간 직원수가 두 배로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브렉시트가 우리 기업의 국내 성장을 가로막았다"고 했다.

통관·검역 절차가 없는 서비스 업계도 브렉시트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광고·마케팅 대행업체 크리에이티브 컨선의 스티브 코너 이사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난 2021년 2월부터 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관련 프로젝트에 직접 입찰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입찰을 원할 경우 EU 법인과 사업 제휴를 맺어야 한다. 코너 이사는 "우리 정부가 EU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영국은 이제 비EU국보다 못한 입장이 됐다"고 자조했다.

미국과 EU가 경쟁적으로 살포하는 각종 친환경·에너지 보조금도 영국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내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기업에 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배터리·태양광패널·탄소포집 기업을 상대로 '제3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반면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친환경 보조금이 아닌 자유주의 시장경제 철학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코로나19 기간 확장재정 정책으로 취약해진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감세 기조'를 뒤집고 지난 4월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인상해 기업인들의 반발을 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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