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뿐 아니라 ‘지역 이동’도 제한한 정부
노동계 “이주노동자 기본권 추가 제한 발상”
정부가 일정한 권역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지역 이동 자유를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숙소비 기준·주거환경 개선방안도 내놓았지만 노동계는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비전문(E-9) 이주노동자의 숙식비, 사업장 변경 및 주거환경 관련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하고 있어 ‘강제노동 금지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사업장 변경 제도를 손질하면서 지역 제한까지 추가했다.
이주노동자는 그간 업종 내에서 전국적 이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소멸 위기 대응”을 이유로 일정한 권역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오는 9월 신규입국자부터 적용된다. 외국인인력정책위는 지난 4월24일 조선업 등 특별히 인력이 부족한 세부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숙소비 기준의 경우 지방고용노동관서 권익보호협의회(노사대표 참여)가 지역 시세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당사자 간 협의를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지침을 통해 숙소비 징수 상한(월 통상임금의 8~20%)을 설정해온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주거환경 개선과 관련해선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고용허가 발급 시 해당 지자체의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높이고, 고용허가 사업장 선발 시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이주노동자 기본권을 추가로 제한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그렇지 않아도 사업장 변경 제한은 지난 20년간 고용허가제 핵심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런데 이제 거주이전까지도 제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또 “열악한 기숙사 및 과도한 숙식비 문제의 핵심인 임시가건물(가설건축물) 기숙사활용 금지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며 “임시가건물에는 기숙사 비용을 징수하면 안 된다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임금전액불 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숙식비 사전공제’ 역시 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인권단체들은 오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번 방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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